[뉴스 따라잡기] 학원가 문제지 유출, 공공연한 비밀?

입력 2009.07.07 (09:01)

<앵커 멘트>

EBS의 학력평가 시험문제 유출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를 유출한 게 한 두 차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최서희 기자! 학원가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처럼 돼 있다고요?

<리포트>

네, 취재진이 강남의 학원가를 찾아가봤는데요, 학생과 학부모, 학원측 모두 그리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문제의 사전 유출이 오히려 족집게 강사의 비결로 통하고 있었습니다. 점수만 잘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알면서도 쉬쉬하고 있는 학원가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전국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합학력평가 시험을 하루 앞둔 지난 3월 10일. 서울 대치동 학원에서 언어 영역을 강의하던 김모 씨의 인터넷 블로그에 예상 문제가 떴습니다. 그리고 시험 당일. 언어 영역 시험 문제에는 김 씨가 올린 문제와 거의 비슷한 문항들이 실제 출제됐습니다.

<인터뷰> 수험생 : “선생님이 나온다고 했는데 진짜로 나왔어... 애들끼리 이야기 하면서...”

덕분에 예상 문제를 본 학생들은 다른 때보다 평균 15점 이상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수험생 : “평소에는 공부 그렇게 잘하지 않았는데 그 학원 다니고 나서 학원에서 찍어 준 게 많이 나왔다고 하던데요.”

이 같은 족집게 맞춤의 비결은 다름 아닌 사전 문제 유출에 있었습니다. 강사 김 씨가 삼촌인 EBS 교육방송 PD에게서 시험 하루 전날 문제를 건네받은 것인데요. 경찰 조사 결과, 문제 유출은 그 때 한번만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 : “현재까지 수사를 했는데 6차례가 유출 된 걸로 확인이 됐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피의자가) 모두 인정을 하고 있고요.”

문제의 시험이 치러질 당시, 김 씨가 강의를 했던 학원입니다. 그 곳에서 김 씨의 동료 강사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그는 김 씨가 문제를 시험 전날 올리려고 해 이를 말리다 언쟁을 벌였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동료 강사 : “저는 못하게 막았을 뿐이고... 못하게 하고 싸우고 막 그랬어요, 말을 안 듣고 그렇게 하니까 저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고..”

근처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도 만나봤는데요. 학생들은 족집게 강사들이 문제를 적중시키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인터뷰> 수험생 : “이 문제 꼭 나올 거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 시험문제 풀면 똑같이 나와 있으면 알 것 아니에요.”

<인터뷰> 수험생 : “찍어 준 문제가 거의 유사하게 나온 적은 있었어요, 그나마 자신 있는 과목인데 그렇게 나와서요, 우리 학원 애들 다 맞겠네... 그런 생각도 했고요.”

학생들은 문제를 맞히는 게 강사의 능력만은 아니지 않겠느냐며, 시험 문제 사전 유출을 기정사실로 믿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수험생 : “그냥 보통 원래부터 예전부터 있었던 일인데요 늘...”

하지만 알더라도 비밀로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수험생 : “자기만 잘 보면 좋은데 누구한테 떠벌리겠어요?”

<인터뷰> 수험생 : “학원에서 유출됐단 이야기가... 유출되고 나서는 말하기가 꺼려져요.”

학원 관계자들 역시, 사전 문제 유출의 심각성에 대해 알고 있는 듯 했는데요. 연합 학력고사 같은 건 열외로 치더라도 개별 학교의 시험 문제는 어렵지 않게 빼낼 수 있다면서, 이른바 족집게 강사들 가운데 일부가 그 같은 방법을 이용한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입시학원 관계자 :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될 것 같은데 그런 선생님 그룹이 있어요. 어차피 그건 공공연하게 옛날부터 있었던 일이 있어요, 잘나가는 선생님 중에 일부가 그런 식이죠, 족집게라고 알려진 사람들이 ...그것을 자기 광고에 교묘하게 이용하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사실이 알려져도 쉬쉬하며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는데요.

<인터뷰> 입시학원 관계자 : “한 학생이 점수를 받았는데 너무 잘 받아 온 거예요. 근데 결국은 들통이 났어요. 왜 들통이 났냐면 자기가 문제 풀어보니까 학원에서 풀어준 문제의 거의 80%가 그 다음날 나 온 시험 문제하고 똑같았거든요, 몇 개 문제만 살짝 살짝 바뀌어서...그런 경우는 고등학생 정도가 되면 다 알아요.”

이 같은 학원가 시험지 유출 사건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데요. 지난 해 3월에도 학력평가 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됐는가 하면, 지난 2007년에는 한 외국어 고등학교의 입시 시험지가 사전에 유출돼 재시험을 보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문제 유출은 줄지 않고 암암리에 오히려 늘고 있는데요. 사설 학원과 강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편법을 이용해서라도 학생들을 끌어 모으려는 과도한 욕심이 이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인터뷰> 입시학원 관계자 : “모 학원 같은 경우도 김포외고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그 당시에는 타격을 입었지만 실제로 현재는 엄청나게 성업 중 입니다. 잘못된 방향이지만 학부모나 학생이나 학원 관계자들이 전부다 자신들한테 좋은 요인이 된다고 생각을 한다.”

문제 유출로 피해를 보는 건 또 다른 학생들. 결국 돌고 돌면 그 피해가 나에게로 올 수도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들 역시 그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인터뷰> 학부모 : “내 아들이 다니는 학원이 그렇다면 비도덕적이긴 하지만...점수를 따서 수시에 넣을 때 그게 반영이 되니까...”

<인터뷰> 학부모 : “일단 갈 것 같아요,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가 조금이라도 성적이 더 잘나오길 원하는 욕심인 것 같아요, 그건 다 자기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학부모 입장은 그래요...”

사교육 열풍 속 족집게 학원에 대한 환상이 빚어낸 시험지 유출 사건. 윤리는 없고 점수만 잘 받으면 된다는 일부 학원 강사들의 잘못된 생각과 이를 방관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우리 사교육 시장의 비뚤어진 현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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