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폭우 앞에 무너진 삶의 터전

입력 2009.07.17 (20:31)

<앵커 멘트>

이번 남부 지방 폭우, 특히 부산 지역의 피해가 극심했습니다.

비가 그치고 나서 드러난 모습은 더더욱 처참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철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거센 물살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립니다.

마을 전체가 흙탕물이 흐르는 거대한 계곡입니다.

주택 10여 채는 거센 물살과 토사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현장음> "이 집은 다 지어야 돼. 다시 지어야 돼."

<인터뷰> 정흥택(부산시 연산동) : "천장도 전부 다 내려 앉았고 흙을 치워야 안에 가전제품이고 뭐 상황을 볼 수 있는데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흙더미에 처박힌 30여 대의 차량.

마을 뒤편 공사장의 토사가 덮친 겁니다.

<인터뷰> 하동균(부산시 수정동) : "도미노처럼 차가 계속 밀려서... 아껴온 차가 저렇게 되니까 황당하고 출산할 아내도 있는데 지금 이동수단이 없어서 참 난감한 실정입니다."

비는 그쳤지만 흙더미와 떠 내려온 차들로 집 안에 갇힌 주민도 있습니다.

<인터뷰> 황홍자(부산시 수정동) : "못 나가요. 지금 몇 시간째 이렇고 있어요. 아침에 간 떨려 죽는 줄 알았어요. 물에 얼마나 떠내려 가는지... 차 떠내려 가니까 심장이 떨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무너진 담벼락, 맥없이 꺾인 가로등, 오전 한나절 내린 비가 할퀴고 간 흔적입니다.

<인터뷰> 전말순(부산시 수정동) : "거기 사람 있었으면 다 죽었어요. 다 쓸려 죽었어요. 다 죽었죠. 인사사고 안 난 게 다행이죠."

이 일대 상가는 열흘 전 쏟아진 폭우의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피해를 입었습니다.

횟집 수조 속의 물고기도 빗속에 다 떠내려 가버렸습니다.

<녹취> 피해주민 : "고기가 어디 있어요, 싹 다 내려갔죠. 물이 이만큼 잠겼는데 고기가 다 떠내려가지 살겠어요? 보세요. 한 마리도 없어서 한 집에 몇 천 만원씩 손해를 봐서 울고 싶어요."

건물 지하 실내 골프장은 물에 잠겨 입구가 어딘지도 알 수 없을 지경입니다.

<인터뷰> 김종철(상가 주인) : "(열흘 전에) 잠겼다가 지금 물이 빠지고 두 번 다시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되니까 우리는 완전 거지 됐어요. 안에 하나도 못 건지는데..."

이 달 들어 두 번이나 폭우 앞에 무너진 삶의 터전.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에 주민들은 무엇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지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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