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뉴스] 시골학교 공부방의 기적…비결은?

입력 2009.07.17 (20:31)

<앵커 멘트>

학생 수가 갈수록 줄어 자칫 문을 닫을 수도 있었던 한 시골학교가 교사들의 열정과 의지로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성적이 쑥쑥 오른다는 소문이 나면서 도시에서 전학 오는 학생까지 있다고 하네요.

김 석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에서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충북 보은군의 한 중학교.

하루 수업을 모두 마친 수학교사 최재임 씨가 빵과 우유로 저녁을 해결한 뒤 서둘러 어딘가로 향합니다.

5분 정도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마을 복지회관에 마련된 공부방.

최 씨는 지난해 9월부터 거의 매일같이 이곳에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터뷰>최재임(수학교사) : "중학교의 계산을 전혀 할 수가 없었어요. 통분 약분이 안 되니까요. 60% 정도의 학생들이. 그래서 도저히 안 되겠다 해서 초등학교 책부터 떼기 시작했어요."

문제 푸는 법을 몰랐던 아이들은 1대 1 과외나 다름없는 세심한 지도를 받으면서 차츰 공부에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인터뷰>라원주 : "자기의 잠재력 같은 걸 끌어주시는 선생님들이 많으시고 다 하나하나씩 가르쳐 주시니까 좋죠. 많이."

30점대에서 맴돌던 수학 점수는 어느새 평균 7,80점대로 올랐고, 지난달 보은군 7개 중학교 가운데 국·영·수 평균 1등을 차지했습니다.

자녀를 학원에 보내기 힘든 학부모들은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인터뷰>당연홍(학부모) : "선생님 모든 분들이 너무 고마워서, 이렇게 평화롭게 살 수 있게 해준 걸 참 고맙게 생각을 했어요."

6~7년 전만 해도 100명이 넘었던 이 학교 학생은 이제 고작 24명.

갈수록 줄어드는 학생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이 시골학교에 올해엔 큰 경사가 생겼습니다.

공부방 소문이 퍼지면서 학생 3명이 도시에서 전학을 온 겁니다.

<인터뷰>최동섭(교장) : "인성교육에도 다른 학교 못지않게 열심히 하고 있고, 더군다나 학생 수가 적으면서 장점이 모든 선생님들의 눈길이 학생들한테 골고루 다 갈 수 있다 하는 겁니다."

대도시처럼 치열한 경쟁은 없어도 이곳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방에서 공부하는 재미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인터뷰>양나영(중학교 2학년) : "어렸을 때는 수학을 못해서 싫어했었는데 지금은 할 수 있으니까 재미있고 그래요. 재미있어요."

<인터뷰>최재임(교사) : "계속적으로 잘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게끔, 그래서 5년 동안 한 학교에 있는 건데, 더 있을 수 있으면 이런 곳에 계속 있으면 좋겠다."

새 학기가 되면 또다시 신입생 확보를 걱정해야 할 이 시골마을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은 등수보다 더 갚진 배움의 열정으로 작지만, 의미 있는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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