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출근길 여성이 황산 테러를 당해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사건, 기억나십니까?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을 통해 성금이 수 천 만원이나 모였는데, 정작 용의자 처벌은 미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된 일인지, 서재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출근 길 난데없이 날아든 황산용액.
스물 아홉 고운 얼굴 반쪽은 그렇게, 녹아내렸습니다.
경찰조사에서 박 씨는 체불임금 등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퇴직한 회사에 제기했다는 이유로 '보복성 테러'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많은 사람을 분노케한 이 사건이 알려지자, 한 단체가 모금운동을 벌였고, 성금이 사 천 만원 넘게 모였습니다.
<인터뷰>박 모 씨(황산테러 피해자) : "네티즌들이 많이 응원해 주시니까 제가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없이 긍정적 생각을 주신 것 같아 감사드리죠."
하지만 웃음도 잠시, 박 씨는 안감에 밤잠을 설쳐야 합니다.
용의자 네 명이 경찰에 붙잡혔지만, 핵심 피의자의 형사처벌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지난 7월, 이 모 씨의 지시를 받고 박 씨에게 황산을 뿌린 혐의 등으로 두 명을 구속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범행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는 평소 앓고 있던 심장 질환때문에 체포된 지 한 달이 넘도록 구속도 되지 않은 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경찰 : "죄질로 보면 구속을 하는 게 당연하지만, 조사를 받다가 쓰러져 버리고 주치의가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하니까 못 한거죠."
그러나 이 씨는 범행 당시의 알리바이를 내세우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씨가 치밀하게 알리바이를 조작했다고 밝혔지만, 경찰과 검찰 조사는 줄곧 병실에서만 진행됐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실형이 선고된다 해도 집행조차 불투명한 상황, 타들어가는 건 박 씨의 마음 뿐입니다.
<녹취>박 모 씨(황산테러 피해자) : "누구나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병원이란 말예요. 저한테 해코지 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병원 측은 정확한 병명과 증세를 공개하지 않았고, 사법당국은 죄 값을 치르게 하되 피의자의 인권은 지켜줘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KBS 뉴스 서재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