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에 위치추적 쇄도…119 ‘몸살’

입력 2009.08.13 (20:27)

수정 2009.08.13 (20:30)

<앵커 멘트>

조난이나 사고를 당한 사람을 찾기 위해 휴대전화 위치추적 서비스가 실시되고 있는데요, 이 업무를 맞고 있는 소방서에 단순한 연락두절이나 미귀가 같은 사소한 일까지 접수되면서 소방력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임명규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소방서에 걸려온 다급한 전화.

<인터뷰> 신고자 : "우리 딸이 어제부터 동생한테 자꾸 죽는다는 소리를 하더니 오늘 저녁 때 나가버려서요. 위치 확인 한 번 해주세요"

곧바로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한 뒤 구조대원들이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기지국 위치만 파악될 뿐이어서 주변을 샅샅이 훑어야 합니다.

8명의 대원이 조를 나눠 찾아도 별 소득이 없는 상황.

부모의 요청으로 수색을 끝냈습니다.

불안함도 잠시, 다음날, 딸이 집에 들어오면서 사건은 마무리됐습니다.

<인터뷰> 신고자 : "들어왔어요. 그냥 돌아다녔대요. 친구랑 둘이. 긴급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 생각처럼..."

이번에는 누나가 납치된 것 같다며 위치추적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인터뷰> 신고자 : "누나한테 전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누나가 전화를 받아요. 그러더니 갑자기 어떤 남자가 '아이' 이러고 끊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끊고 나서 전화를 안 받아요."

범죄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경찰까지 동원됐지만 단서는 전화 한 통이 전부.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곳 일대를 일일이 수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음> "여자 분은 들어온 적 없고요? 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밤새 진행된 이번 수색도 다음날 누나가 무사히 귀가하면서 끝났습니다.

이처럼 몇 시간의 수색 뒤,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지는 일은 적지 않습니다.

연락이 끊겼다던 사람이 수색 도중 전화를 받는 황당한 경우도 발생합니다.

<현장음> "어머니께서 찾는다고 신고를 하셨거든요. 지금 어디쯤이세요? 어머니하고 통화하면 저희가 그냥 돌아갈게요"

<인터뷰> 신고자 : "제가 신고를 할 때는 위급하다고 생각해서 신고를 했는데 번거롭게 해드린 것 같아서 죄송한데요..."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집계 결과 올 상반기 위치추적 요청 건수는 모두 만 2천 420 건.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었습니다.

요청은 늘고 있지만 정작 대상자를 찾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인터뷰> 소방관 : "찾을 확률은 거의 없고, 예를 들어서 100건을 나간다고 하면 한두 명 찾으면 많이 찾는 거죠"

단순한 연락두절이나 미귀가까지 휴대전화 위치추적이 밀려들면서 소방력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명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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