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3,000조 원대 위조 채권 사기 적발

입력 2009.08.13 (23:33)

<앵커 멘트>

액면가가 3천조원에 이르는 위조 채권으로 사기를 친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터무니 없는 가짜 채권이었지만 피해자들은 감쪽같이 속았습니다.

취재기자 나와 있습니다.

송명훈 기자!

<질문>

너무 터무니없는 액순데, 어떻게 속인 겁니까?

<답변>

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어떻게 속겠나,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텐데요.

정말 영화같은 사기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우선 이 사기꾼들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면서 보여줬던 동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동굴처럼 생긴 실내 공간에 보물상자들이 놓여 있구요, 상자안에 금괴가 가득 실려 있습니다.

또다른 상자엔 백 달러 짜리 지폐도 한 가득입니다.

오래된 외국 화폐도 보이구요.

정체를 알수 없는 각종 채권과 증서들도 즐비합니다.

사기꾼들이 중국 국민당의 비밀조직인 매화당이 숨겨둔 보물창고를 찼았다며 만든 일종의 홍보영상입니다.

60년전인 1949년 중국 국민당 장제스 정부가 대만으로 쫓겨나면서 중국 본토 어딘가에 숨겨놨다는 보물이라는 건데요.

그 보물창고의 위치가 기록된 가짜 보물지도까지 만들어 사람들을 현혹했습니다.

이번 사기에 사용된 채권도 바로 이 보물창고에서 가져왔다는 건데요.

채권을 국제유통단에 넘기는데 수수료가 필요하다면서, 투자금의 10배를 돌려주겠다고 사기를 친 겁니다.

<질문>

도대체 어떤 채권이길래 금액이 3천조원이나 됩니까.

<답변>

대표적인게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유로화 채권인데요.

현실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액숩니다.

채권 한장에 찍혀 있는 금액이 3천억 유로, 우리 돈으로 500조원이 넘습니다.

모두 합치면 3천400조원이나 됩니다.

이 채권에 무려 8억원이나 투자했다 돈을 떼인 한 피해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채권 사기 피해자 : "정교한 가짜들을 보여주며 왔다갔다 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게 큰 보물인가 싶어 믿는거죠."

채권뿐만이 아닙니다.

심지어 실제론 존재하지도 않는 100만달러 짜리 모조 지폐도 있습니다.

또 국내 은행이 발행했다는 채권도 정밀하게 위조했습니다.

<질문>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기에 당한다는게 납득이 안되는데요.

<답변>

물론 유로화 채권의 경우만 보더라도, 60년전에 유로화가 있었을리 없기 때문에, 조금만 이성을 갖고 따져보면 가짜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텐데요.

그만큼 온갖 거짓말로 피해자들의 정신을 쏙 빼놓은 겁니다.

사기꾼들은 일단 돈많은 범행 대상을 물색한 다음에, 그 주변 사람들부터 공략해 들어갔습니다.

친한 사람이 소개하면 아무래도 더 믿음이 가기 마련이겠죠.

그런 다음엔 각종 위조 서류들과 일반인들이 잘 알아보기 힘든 가짜 영문 서류들을 들이밀며 자신들의 전문성을 과시했습니다.

또 천억원이 입금돼 있는 가짜 통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이 속을때까지 온갖 수단을 다 써가며 공을 들인겁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3명인데요, 무려 17억원을 사기 당했습니다.

이들은 심지어 변호사까지 속이려다가 변호사의 신고로 결국 덜미가 잡혔는데요, 담당 경찰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조상복(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장) : "워낙 정교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속게돼있어요 일당들이 조직적으로 바람을 잡으니까요."

경찰은 주범 62살 김모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일당 7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 이들이 위조채권과 모조지폐를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보고 중국 인터폴과 함께 출처를 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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