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집유 판결에 삼성 ‘침묵 모드’

입력 2009.08.14 (11:09)

수정 2009.08.14 (15:08)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4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극적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자 삼성그룹은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판결 결과가 나온 뒤 "이번 판결에 대해 그룹 차원의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1심의 면소 판결에 이어 2심에서 무죄판결이 난 사안이 대법원을 거쳐 다시 유죄로 결론이 나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 측은 변호인단과 협의해 앞으로 1주일 안에 재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삼성 사람들은 이 전 회장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법정구속을 면하자 공식적인 반응을 삼가면서도 안도하는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고등법원에 사건을 돌려보내 결과적으로 적용되는 죄가 늘었음에도 이전의 항소심 형량과 같게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그룹 경영권이 걸려 있는 에버랜드 사건이 대법원에서 사실상 무죄로 결론났음에도 삼성그룹은 이 전 회장이 피고인으로 기소된 삼성SDS 사건 때문에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했었다.
삼성SDS BW 발행에 따른 손해액의 산정 결과에 따라 이 전 회장이 자칫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다.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BW 저가 발행에 따른 회사 손해액이 면소 판결에 해당하는 50억원을 훨씬 초과하는 227억원이라는 얘기가 처음 법정에서 흘러나올 때 삼성그룹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손해액이 50억원 이상으로 인정되면 일반 형법이 아닌 특경가법상의 배임죄 적용으로 공소시효(10년)가 남아 있어 법정형량대로라면 집행유예가 어려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항소심까지 조세포탈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이미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및 벌금 1천100억원을 선고받아 손해액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실형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판결 결과가 다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결정되자 삼성 그룹 인사들은 대체로 "후유~"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안도감에서다.
삼성그룹은 그럼에도 공식적으로는 아직 법적 절차가 남아 있다는 이유 등으로 신중한 행보를 견지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발행 사건과 관련한 에버랜드 전 경영진에 대한 재판이 남아 있고, 삼성SDS BW 사건도 어느 한쪽이 재상고할 경우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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