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이건희 전 회장 파기환송심 집유

입력 2009.08.14 (23:30)

<앵커 멘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습니다.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 사채 발행과 관련해 배임 혐의가 추가로 인정됐는데, 형량은 원심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회팀 남승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남 기자, (네!)


<질문>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지난달 말 결심 공판 뒤로 보름 남짓 만에 또 다시 법원에 나왔는데, 어떤 이유죠.

<답변>네,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낸 이른바 '삼성SDS 사건'의 선고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 전 회장이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헐값에 발행해 이재용 전무 등 자녀들에게 넘긴 것이, 회사에 해를 끼친 행위였는가 하는 점이 핵심 쟁점인 사건입니다.

법원을 찾은 이 전 회장, 지난 결심 공판 때는 취재진의 질문에 의외로 많은 답변을 해 눈길을 끌었죠, 하지만 오늘 판결 선고를 앞두곤 쏟아지는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문 채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재판은 삼성SDS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지난 5월 대법원이 되돌려 보내면서 열리게 된 '파기환송심'의 선고공판이었는데요, 여기서 이 전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그리고 벌금 천백억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질문> 남 기자, 그런데 이 전 회장은 이번에 유죄 판결을 받은 혐의가 더 늘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형량은 1, 2심과 똑같은데, 어떻게 된 겁니까.

<답변>네, 오늘 판결을 본 많은 분들이 가지셨을 의문인데요, 요약하자면 그동안 최대 쟁점이었던 배임 혐의가 추가로 유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재판부는 다른 혐의들에서는 오히려 감형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원심과 똑같은 형을 선고한 겁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실제 가치가 주당 만4천2백30원인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절반값인 주당 7천백50원에 아들인 이재용 전무 등에게 넘겨 회사에 2백27억 원이 넘는 손해를 입혔다고 밝혔습니다.

고등법원측의 설명입니다.

<인터뷰>황진구(서울고법 공보판사): "저가발행으로 인한 회사의 손해액이 50억 원을 초과하여 유죄가 인정된다고 본 판결입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비상장 주식 가치를 평가할 법적 기준이 없어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지 않았고, 헐값 발행 정도도 지나치지는 않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미 유죄 취지로 확정된 조세포탈 혐의도 탈세가 아닌, 대주주 지분 유지 목적이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봤습니다.

<질문> 어쨌든 이번 판결로 삼성그룹은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게 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답변>그렇습니다, 재판 때마다 복잡하게 판단이 엇갈렸던 이 삼성SDS 사건에 대해 파기환송심이 결국 유죄를 선고했기 때문인데요,

일부나마, 삼성그룹의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에 대해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겁니다.

하지만 끝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게 적절했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은 배임액이 50억 원이 넘으면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전 회장이 이미 손해액을 변제했다, 죄는 인정되지만 비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한 건, 재벌에 대한 '온정주의 판결'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또 조세포탈 혐의만 유죄로 인정한 1·2심과, 배임 혐의가 추가로 인정된 파기환송심에서 똑같은 형량이 선고된 것 역시 상식적으로 의아한 대목입니다.

시민사회 단체 전문가의 지적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김상조(경제개혁연대 소장): "다시 한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불신 해소하는 데는 턱없이 모자란 판결 아닌가.."

<질문>그런데다가, 이 전 회장이 받은 형량이 다른 재판에서도 너무 자주, 똑같이 내려진다는 지적도 있지 않습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재벌 회장들에게 유독 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이 잇따라 선고되면서 이른바 '자판기 형량' 논란마저 일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징역 3년을 넘으면 형 집행을 유예할 수 없기 때문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은 실형을 피해 선고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판결 직후 삼성과 특검 양측은 모두 재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사건이 또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확정돼 길고도 험했던 삼성 사건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될 것인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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