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민주화에 바친 일생

입력 2009.08.19 (07:34)

수정 2009.08.19 (09:27)

[박상수 해설위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끝내 서거했습니다. 민주화를 위해서는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끝까지 싸워 이긴 김 전 대통령도 병마와 세월 앞에는 불가항력이었습니다.

고 김 전 대통령은 현대 정치사에서 국내외적으로 명실상부한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의 정치 역정을 세 가지로 특징지은다면 민주화와 남북한의 화해·협력, 그리고 동서 화합으로 일관돼왔습니다.

무엇보다도 그의 첫 번째 업적은 민주화입니다.
그는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토머스 제퍼슨의 말을 자주 인용하면서 민주화 투쟁의 어려움을 역설하곤 했습니다. 그는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습니다.

유신과 3선 개헌을 반대하다가 일본에서 납치됐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는 내란음모죄로 몰려 사형이 선고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재임 중에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본격적인 남북 간 화해와 협력, 교류의 길을 열었습니다. 이러한 공로로 김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핵무장 선언 · 로켓 발사 등으로 김 전 대통령의 평화·통일 노력이 다소 퇴색되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 통일로 가는 큰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또 망국적이고도 고질적인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실천을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야당 시절은 물론 특히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정부와 공공기관 등의 인사에서 지역 간 안배를 통해 화합을 도모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국제 외교무대에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는 국제회의를 영어로 주재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에 능통하고 각 분야에 탁월한 식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정치적 견해를 달리한 적은 있어도 정적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개인적인 인신공격을 한 적이 없습니다. 자신에게 사형을 언도하도록 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조차 종교적으로 용서한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의 신조는 ‘행동하는 양심’이었습니다. 양심은 하늘의 명이고, 이를 위해서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그러나 이제 현실 세계에서 행동할 수 없게 된 지금 김 전 대통령은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요?

그는 얼마 전 자신이 저평가 받고 있는 데 대해 분하고 원통하다면서 인간적인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사실 민주화나 남북 화해와 통일, 동서 화합은 김 전 대통령의 염원이기도 하지만 영원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사심과 이해관계를 버리고 김 전 대통령의 염원을 한 번쯤 되새겨 볼 때입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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