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지치, 농구 대신 ‘높이뛰기 퀸!’

입력 2009.08.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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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우사인 볼트(23.자메이카)가 트랙을 달굴 때 그와 맞먹는 키의 늘씬한 여성은 필드의 한쪽에서 열심히 팬들의 박수를 유도하고 있었다.
21일(한국시간)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엿새째 경기가 열린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은 남녀 장대가 보여준 폭발적인 스퍼트와 우아한 도약으로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196㎝의 볼트가 남자 200m에서 19초19라는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다면 193㎝의 늘씬한 키에 도도한 표정을 지닌 높이뛰기 여왕 블랑카 블라지치(26.크로아티아)는 2m4를 넘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블라지치는 이날 승리로 작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에 머문 한도 말끔히 씻어냈다.
1m87부터 시작해 바가 1m99로 올라갈 때까지 4번 연속 1차 시기에 성공한 블라지치는 2m2 1차 시기에서 실패해 첫 고비가 왔지만 곧바로 돌파했고 2m4도 두 번 만에 넘어 우승을 확정했다.
2m4를 넘은 후에는 키에 어울리지 않는 앙증맞은 댄스를 춰 올림피아 슈타디온을 가득 메운 5만8천여 팬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펴낸 책자에 따르면 블라지치의 아버지는 딸의 이름 블랑카를 영화로도 유명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따왔다고 한다.
블라지치의 부친 조스코 블라지치는 크로아티아 남자 10종경기 기록을 보유 중인 육상선수 출신으로 1983년 카사블랑카에서 열린 '지중해 게임'에서 우승했던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자 딸의 이름에 붙였다.
육상선수 아버지와 아마추어 농구선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블라지치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트랙을 밟았고 프로 육상 선수로서의 꿈을 키웠다.
어렸을 때부터 키가 컸던 블라지치는 농구 등 다른 종목에서도 유혹을 받았지만 개인 종목을 선호했고 그 중 자신의 체형에 맞는 높이뛰기를 최종 선택했다.
15세에 이미 180㎝를 넘었고 16세에는 193㎝까지 기록을 늘렸다. 블라지치의 현재 최고기록은 2m87이다.
2003년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198㎝를 넘은 블라지치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2m3을 넘어 크로아티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갑상선에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만성피로 등을 일으키는 갑상선 기능항진증을 앓아 한동안 침체에 빠졌다가 2006년 2월 기록을 2m5까지 올리면서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큰 키에 유달리 큰 눈을 지녀 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블란지치는 2001년과 2003년 우승한 헤스트리 클로테(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 높이뛰기에서 두 번째로 2연패를 일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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