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제주 주민 투표, 갈등 극복이 과제

입력 2009.08.27 (07:13)

수정 2009.08.27 (07:18)

[전영제 해설위원]

사상 처음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의 해임 찬반을 묻는 제주도의 주민소환 투표는 불발로 끝났습니다.

투표자 수가 전체 유권자의 ⅓을 넘어야 한다는 기준에 미달돼 무효 처리된 것입니다.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그 직을 유지하게 됐지만 주민소환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과 함께 2년 넘게 계속된 주민 갈등을 시급히 풀어야 하는 과제를 남겼습니다.

제주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는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습니다.

건설 예정지 주민과 반대 단체들은 도지사가 독단으로 추진한 일이라며 주민소환 투표를 청구했습니다.

소환은 불발로 끝났지만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당겼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자치단체장이 국책사업을 수행한 일이 주민소환 투표의 대상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해군기지는 어디에든 반드시 들어서야 하는 국가의 핵심시설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공청회와 여론조사 등 필요한 절차도 거쳤습니다.

기피 시설이란 이유로 반대한다면 소신 있게 일을 추진할 자치단체장이 있겠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주민소환제는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비리나 전횡을 저질러도 임기 전에 그만두게 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생긴 제돕니다.

독단을 막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남용될 경우 소모적인 갈등과 행정 혼란과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번에 투표를 치른 제주도는 20일 동안 도지사의 직무가 정지되고 주민들은 찬,반으로 갈려 극심한 분열양상을 보였습니다.

2007년 광역화장장 유치 문제로 시장 주민소환투표를 한 하남시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무엇보다 주민소환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부 국회의원이 주민소환 청구 사유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런 시각을 반영한 것입니다.

제도 개선 못지않게 자치단체의 취약한 갈등 조정 능력도 아쉽습니다.

제주도만 하더라도 현안 마다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해군기지 외에 영리병원 허용과 내국인 카지노 설치 등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정당성이 커지는 법입니다.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반발을 부르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어느 시대, 어떤 사회건 갈등은 있게 마련입니다.

다만 갈등을 조정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만 사회 발전으로 승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주민소환투표는 논쟁의 끝이어야 합니다.

투표 결과에 승복하고 쌓인 앙금을 푸는 지혜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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