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춘 우승 ‘병상 어머니께 영광을’

입력 2009.08.28 (07:03)

수정 2009.08.2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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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네덜란드에서 열린 제26회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이 결정되자 왕기춘(21.용인대)은 정훈 남자 대표팀 감독에게 달려가 껴안고는 사나이의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를 이기고 베이징올림픽 73㎏급에 출장했다가 갈비뼈 부상으로 은메달에 머무르며 "이원희 형에게 미안하다"며 슬픈 눈물을 흘렸던 왕기춘이기에 이 눈물은 그동안의 모든 아픔을 씻어내는 것이었다.
왕기춘은 정훈 감독에게 "올림픽이 끝나고 실의에 빠졌는데 감독님이 다독여줘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면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대표팀 관계자가 전했다.
왕기춘은 이날 결승에서 북한의 김철수를 우세승으로 꺾고서 손으로 V자를 만들며 2007년 브라질 세계 대회에 이은 대회 2연패 달성을 기뻐했다.
왕기춘은 "어머니가 몸이 안 좋아서 몇 년 동안 병상에 누워계신다"며 "한국에 계신 어머니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 첫날 60㎏급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최민호(한국마사회)가 충격적으로 초반 탈락하면서 왕기춘이 받은 중압감은 매우 컸다.
최민호는 전날 경기에서 탈락하고서 왕기춘에게 "조금 방심하다 보니 떨어졌다"며 "너라도 열심히 해 국위선양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왕기춘은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며 각오를 다졌고 결국 한국 대표팀에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왕기춘은 경기가 끝나고 김철수에게 다가가 껴안으며 위로했고 김철수도 "축하한다"면서 동족애를 나누었다.
왕기춘은 작년 베이징올림픽 8강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팔꿈치에 왼쪽 옆구리를 맞아 갈비뼈가 부러진 상황에서도 투혼을 발휘해 비록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었다.
당시 왕기춘을 꺾었던 엘누르 맘마들리(아제르바이잔)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아 대결은 펼쳐지지 않았다.
왕기춘은 올림픽 결승에서 패한 후 작년 12월 일본 가노컵 유도대회를 시작으로 이번 대회까지 44연승을 거두면서 이 체급 정상에 올랐다. 왕기춘은 이원희가 세운 최다 연승 기록인 47연승 경신도 눈앞에 두게 됐다.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로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던 왕기춘이 세계 대회에 이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또 한 번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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