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송진우, 마운드에 작별 키스

입력 2009.09.23 (21:33)

수정 2009.09.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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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저는 참 운이 좋았습니다. 좋은 지도자와 좋은 선수, 좋은 코치들을 만났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영원한 회장님'이자 '독수리 군단의 전설'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송진우(43)가 지난 21년간 밟아온 프로야구 마운드에 입을 맞추며 작별을 고했다.
23일 한화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대전구장.
5회가 끝난 뒤 클리닝타임이 되자 그라운드는 이내 숙연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28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에서 20년이 넘는 기간 그 누구보다도 성실한 관리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최다승을 기록한 송진우가 오픈카를 타고 그라운드에 등장하자 팬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송진우는 앞서 경기 전 불펜에서 열심히 볼을 뿌렸다. 은퇴 경기인 마지막 등판에서 비록 한 타자만 상대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투구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다.
송진우는 자신을 야구의 길로 이끌어준 충북 증평초등학교 시절 은사인 조중협 선생님(충북야구협회 고문)을 직접 모시고 마운드에 올랐다.
옛 스승이 시구를 한 뒤 송진우는 LG 1번 타자로 등장한 박용근에게 힘찬 초구를 뿌렸다. 바깥쪽에 꽂히는 스트라이크.
이어 2구는 몸쪽으로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3구까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자 박용근은 배트를 휘둘렀고 공은 투수판 앞에서 바운드된 뒤 송진우의 글러브를 맞고 유격수 앞으로 흘렀다.
송진우가 마지막으로 상대한 타자는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예정대로 한 타자를 상대한 뒤 한용덕 코치가 올라갔고 송진우는 모자를 벗어 환호하는 팬들에게 인사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에이스 류현진이 송진우의 공을 넘겨받았다.
은퇴식에서는 송진우의 야구 인생에 도움을 준 21명의 동반자들이 기념구를 특별히 제작된 조형물에 꽂았다.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김인식 한화 감독, 김영덕, 이희수, 이광환, 유승안 전 감독, 이상군, 한용덕 코치, 얼마전 은퇴한 정민철, 국민마라토너 이봉주 등이 송진우의 마지막 등판을 기렸다.
유니폼을 반납하고 송진우의 등번호 21번을 영구결번으로 제막했다. 35번(장종훈), 23번(정민철)에 이어 3번째 영구결번이 대전구장 외야석에서 빛났다.
송진우는 고별사에서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선 날 많은 팬들이 찾아주셔서 감사드린다. 21년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린 결과 200승, 2천탈삼진, 3천이닝을 달성할 수 있었다"면서 "조중협 선생님 덕분에 증평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했는데 오늘 김인식 감독님과 마지막으로 경기에 나왔다"고 말했다.
목이 매인 송진우는 "나는 운이 참 좋았다"면서 눈시울을 붉힌 뒤 "선수로서는 마지막이지만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1989년 4월12일 롯데와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프로에 데뷔한 송진우는 이날까지 672경기에 출전해 210승 153패, 103세이브, 17홀드와 탈삼진 2천48개를 기록했다. 모두 3천3이닝을 투구하면서 1만2천708타자를 상대했고 볼 4만9천24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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