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시골살이’에서 배우는 아이들

입력 2009.09.26 (21:48)

<앵커 멘트>

요즘 도시 아이들은 학원가기 바쁘죠.

아파트를 벗어나 농촌에서 살며 다슬기 잡느라 바쁜 산골 유학생들을 박원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섬진강 맑은 물이 호수에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남도 오백리 길을 재촉하는 마을 '덕치'.

수업이 끝난 뒤, 이 마을 초등학생들은 열심히 악기를 연습하거나 강가에 나가 다슬기를 잡느라 해가 저무는 줄 모릅니다.

전교생이 마흔 명뿐인 학교, 이 가운데 열 두 명은 대도시에서 온 전학생, 이른바 '농촌 유학생'입니다.

남편을 '기러기 아빠'로 인천 집에 남겨 둔 채 이은수 씨도 지난해 세 자녀를 데리고 이 곳에 왔습니다.

<인터뷰> 이은수(전학생 엄마) : "조용하고, 좀 느리지만 그래도 여기서 아이들이 자연과 벗하며 사계절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고,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사는 것."

황금 들녘이 넓게 펼쳐진 동네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농가.

올해 서울 등 대도시에 전학온 다섯 명의 초등학생은 각자 부모와 떨어져 이 농가에서 함께 생활하는 '유학생'들입니다.

햄버거 대신 손수 딴 밤과 옥수수를 간식으로 먹고, 저녁엔 잠자리를 위해 군불도 지핍니다.

큰호박 '뚝' 도시에서 살 땐 모니터 화면 속에서나 보던 자연이 어느덧 손에 잡히는 생활이 됐습니다.

<인터뷰> 송일(전국산촌유학협의회장) : "산촌유학이 1976년 일본에서 시작이 됐는데, 생명의 존엄성이라든가 생태적인 삶 등을 지향한다는 뜻에서 시작을 하게 됐죠."

떠나온 가족을 떠올리며 가족애를 키우게 되는 것은 이 곳 생활에서의 보너스입니다.

여기 앞산은 마치 엄마같아서 매일 산책할 때 엄마에게 인사하듯 산을 보고 인사합니다.

지난해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 퇴임한, 시인 김용택 씨가 오랜만에 학교를 찾았습니다.

<녹취> 김용택(시인) : "여기 (전학) 오니까 (어때?) 어... 밤에 놀 수 있는 거랑, 경치랑 그런 거……(좋아요!).도시에서는 아파트 안에만 갇혀 있었는데..."

<인터뷰> 김용택(시인) : "자연이라는 이 광활하고 광대한 이 아름다움 속에 아이들을 풀어 놓음으로서, 아이들이 자연을 보기 시작하는 눈을 갖도록 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교육이다, 이게 필요합니다."

조금은 느리고 불편할 수도 있는 생활.

그러나 어린 '농촌 유학생'들은 자연의 생명력을 호흡하며 하루하루 몸과 마음을 함께 키워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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