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원 총재 ‘태권도 국제화, 할 일 많다’

입력 2009.10.14 (07:15)

수정 2009.10.14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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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총재가 할 일이 많아졌다”

조정원(62)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가 13일 밤(이하 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WTF 총회장에서 치러진 차기 총재 선거에서 70%의 지지를 얻어 낫 인드라파나(70.태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게 압승하자 총회장 주변에 몰려있던 태권도인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조 총재는 한때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던 이번 선거에서 비교적 손쉽게 압승했지만 지난 몇 달간 태권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태권도계 정파 싸움의 후유증을 치유할 책임도 떠안았기 때문이다.
또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기 위해 조 총재가 풀어가야 할 숙제도 여전히 산적해 있다.
35개 동.하계 올림픽 종목 중 회원국 수(189개)가 10번째로 많은 태권도 수장으로서 받는 중압감을 떨쳐내고 태권도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온갖 비방 난무했던 선거전

이번 선거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비방과 폭로전으로 들끓었다.
조정원 총재는 지난 2004년 6월 김운용 전 총재의 잔여 임기를 채우는 보궐 선거에서 박차석 팬아메리카 태권도협회 회장에게 106대 41로 낙승했고, 2005년 4월 스페인 마드리드 총회에서는 박선재 이탈리아 태권도협회장에게 122대 10으로 압승했다.
앞선 두 번의 선거에서도 총재 입후보 자격과 관련한 논란이 일기는 했지만 비방전의 수준은 약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찌감치 조 총재와 현 WTF 체제에 반기를 든 인드라파나 위원이 지난 7월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직후부터 선거일 직전까지 거친 공세를 펼쳤다.
특히 최근 IOC 총회에서 부위원장으로 선출된 실력자인 세르미앙 능(싱가포르) IOC 위원이 '한국 정부의 과도한 선거 관여 의혹'을 폭로하면서 분위기를 심상찮게 몰고갔다.
조정원 총재가 아프리카와 팬아메리카 연맹 소속 일부 국가 등에 항공료와 현지 체재비를 제공하고 몇몇 개도국에 1만달러 상당의 물품을 지원하는 등 금권 선거를 자행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선거관리위원회를 맡은 이반 디보스(페루) IOC 위원은 '구체적 증거를 대라'며 금권 선거 의혹을 일축했지만 반 조정원 세력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반대파 포용이 관건

조 총재 입장에서는 이날 자신에게 패한 인드라파나 위원의 지지 세력이 만만찮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시아연맹과 팬아메리카연맹, 아프리카연맹은 대륙 연맹 회장이 직접 나서 공개적으로 조 총재를 지지한 것처럼 우호 세력도 많다.
당초 이번 선거에 출마했던 아나타시오스 프라갈로스(그리스) 유럽태권도연맹(ETU) 회장과 박수남 WTF 부총재는 각각 인드라파나 위원을 지지하면서 사퇴했다.
인드라파나-프라갈로스-박수남의 '3각 연대설'이 줄기차게 흘러나온 끝에 일부 유럽세를 중심으로 '반 조정원 기류'를 형성했던 것도 사실이다.
인드라파나 위원은 2005년 조정원 총재가 재선에 성공한 직후에는 WTF 개혁위원회를 맡아 조 총재를 적극적으로 도왔던 인물이다.
조정원 총재는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총회장 유세에서 "태권도인들은 하나의 가족으로 화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년 뒤를 대비해야 할 태권도

태권도는 2005년 싱가포르 IOC 총회에서 올림픽 종목으로 잔류하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당시 경쟁 종목의 공세가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2013년 하계올림픽 종목을 정한 올해는 태권도가 기존 26개 종목에 포함돼 비교적 쉽게 관문을 통과했지만 앞으로 4년 뒤에는 또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모른다.
IOC는 앞으로 하계올림픽에 '25개 핵심종목(Core Sports)'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다음 수능시험인 2013년 IOC 총회에서도 태권도가 살아남으려면 그동안 누누이 지적돼온 약점을 하루 빨리 불식시켜야 한다.
WTF는 '태권도는 판정 시비가 잦고 지루하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전자호구제와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하고 차등점수제, 10초룰 등을 더했다.
이번 선거 직후 코펜하겐에서는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종목으로서 태권도가 중대한 시험을 치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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