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근육통, 시력 감퇴에 시달려도 묵묵히 수작업만 고집하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빠르고 쉬운 것만 쫓는 이 시대, 그들은 지독한 예술혼을 불사릅니다.
모은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벽면을 가득 채운 산수화.
흡사 십자수를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장난감 블럭의 무수한 조합입니다.
촘촘히 박힌 못이 수만 개 점을 이루며 소나무 숲을 만듭니다.
하루 종일 힘들여 못질해봤자 고작 한 뼘, 몇 달에 걸친 지독한 작업의 고통은 관객들의 감탄을 낳습니다.
<현장음> 관람객들 : "어머, 옆에도 채색이 돼 있네, 빨간색으로..."
<현장음> 관람객들 : "이게 못이었구나."
<현장음> 관람객들 : "어, 이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너무 독특하다."
고흐 특유의 붓질이 살아있는 '해바라기'는 종이뭉치 단면을 일일이 잘라 붙인 것.
깨알 같은 진주들이 띄어쓰기 하나 빼놓지 않고 소설책을 재현합니다.
실제 책을 수천, 수만 번 쪼아 변형시킨 작품까지.
근육통과 시력 감퇴 등 후유증에 시달려도, 온전히 몰입하는 순간이 작가에게는 즐거움입니다.
<인터뷰>김지영(전시 기획자) : "많은 시간 힘든 노동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조형적 연금으로 변모시킨 작업을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더뎌도 끈질기게, 수천, 수만번의 고된 손놀림. 이들 작가의 열정은 속도의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생각하게 합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