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성남시가 천 육백억 원을 쏟아부어 호화판 새 청사를 완공했는데, 일부 시의원들, 시민들 앞에 부끄럽다며 입주를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송명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에스컬레이터가 놓인 넓은 로비와 햇살이 쏟아지는 통유리벽.
지난달 23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성남시 신청사입니다.
연면적 7만4천㎡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청사 가운데 가장 큽니다.
스텔스 전투기 모양을 본떴다는 신청사의 앞부분은 시의회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여섯 명이 한 방을 쓰는 다른 자치단체와 달리, 모든 시의원에게 개인사무실을 내줬습니다.
건물 가운데엔 시의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정원을 만들고, 체력단련실도 설치했습니다.
같은 건물 안에 시청이 있어 필요없을 것 같은데도 시 공무원용 대기실을 따로 마련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민의를 귀담아 들어야 할 본회의장에서 시민들은 찬밥 신세입니다.
제가 앉아있는 곳은 방청석의 맨 앞자리입니다.
이렇게 고개를 내밀고 봐도 의장석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시의원과 공무원들을 위해선 많은 공간을 내주면서 시민을 위한 자리는 기형적으로 설계한 겁니다.
시의원 12명은 시민들 보기 부끄럽다며 신청사 입주를 거부했습니다.
<인터뷰>김유석(성남시의회 부의장) : "너무 호화롭게 지어 시민들에게 죄송합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청사 이전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성남시 신청사는 건축비만 1,600억원, 땅값까지 포함하면 3천200억 원이 넘게 들었습니다.
KBS 뉴스 송명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