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쌀값 대책 함께 고민해야

입력 2009.11.18 (07:01)

[정찬호 해설위원]

올해도 풍년입니다. 2년 연속 대풍작입니다. 예전에는 벼 수확이 많으면 농악패를 앞세운 풍년가가 들녘에 울려 퍼졌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농민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합니다. 올해 쌀 생산량이 는 데다 재고 물량도 많기 때문입니다.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산지 평균 쌀값은 지난해 보다 10% 정도 떨어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쌀값 하락에 항의하고 있습니다. 비료값과 농기계 등 생산에 드는 비용은 계속 오르는 데 쌀값은 매년 떨어지니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게 없다는 것입니다. 일부 농민들은 논의 벼를 갈아 엎거나 불 태우는 등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어제는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 농민대회가 열렸습니다.
쌀값 문제는 올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데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쌀은 많이 생산되지만 국민들의 쌀 소비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입니다. 식생활 변화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밥 대신 라면 등 국수류의 소비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민 단체들은 쌀값 안정을 위해 수매를 확대하고 쌀 대북지원 재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 남북 상황으로 볼 때 무조건의 쌀 대북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대신 수매 확대와 가공을 통한 소비 촉진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초과 수확량 23만 톤을 모두 사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장기 대책으로 유통시장 개선과 농지 담보 연금 등도 검토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방침도 근본 처방이 될 수는 없어 정부의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쌀 문제는 일반 제품 생산과 달리 경제적 측면뿐아니라 장기적인 식량 안보적 측면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년에 정부의 쌀 보관비만 5천억 원에 이르는 등 재정 부담도 갈수록 엄청납니다.
쌀값 대책은 농민들의 생산 의욕을 위축시키지 않고 또 수급도 안정시키는 방향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논의 황폐화와 대체 작물의 과잉 생산 우려가 있지만 일정기간 논을 놀리거나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는 쌀 생산 조정제가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현재 6%에 그치고 있는 가공용 쌀 소비 비중을 늘리는 방안으로 쌀 막걸리처럼 품질높은 쌀 식품 개발에도 힘을 쏟아야 합니다. 매년 되풀이 되고 있는 쌀값 문제, 정부뿐 아니라 농민단체 그리고 농민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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