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의 삶’ 희망마저 앗은 조폭의 늪

입력 2009.11.24 (13:15)

24일 경찰에 적발된 폭력조직 `홍성식구파'의 하급 조직원 A(25)씨에게 조직은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이었다.
처자식과 함께 평범하게 살고 싶어 탈퇴를 시도했지만 결국 살해 협박과 단지(斷指) 강요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겪은 비극의 발단은 지난 3월 중순 그가 속한 홍성식구파의 재건 과정에서 불거진 `하극상' 사태였다.
행동대장 한모(33)씨가 조직을 이탈하려던 조직원 B(28)씨를 불러 마구 폭행하자 A씨가 `그만 때리라'고 말린 것이다.
A씨의 반항에 앙심을 품은 한씨는 다음날 `몸소 조직의 기강을 세우겠다'며 자신의 왼손 새끼손가락을 자해했고 이후 부하들에게 충성의 맹세로 똑같은 방식의 신체훼손을 요구하며 협박과 폭행을 남발했다.
특히 A씨에 대해서는 `하극상 현장에 있었으니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는 이유로 더욱 집요하게 괴롭혔다.
견디다 못한 A씨는 "분이 풀릴 때까지 숨어 있자"는 생각에 고향인 홍성을 떠나 잠적해 서울과 수도권 등지에서 약 5개월을 보내다가 조직을 아예 떠나기로 하고 지난 8월 말 홍성으로 돌아왔다.
이혼했던 아내와 다시 결합해 친척집에 맡겼던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다른 도시에서 평화롭게 살겠다고 결심한 것.
그러나 조직의 마수는 끈질겼다.
한씨는 부하들의 `기강해이'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A씨와 B씨를 시범사례로 처벌해야 한다고 보고, 우선 나이가 어린 A씨를 표적으로 삼았다.
한씨는 부하들을 이끌고 지난 9월말 자기 숙소인 홍성군 한 전원주택으로 A씨를 납치한 뒤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조직에서 다시 일하라고 위협했고, A씨는 어쩔 수 없이 강요에 굴복해 자신의 왼손 새끼손가락을 자해해야 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2001년 구속됐다가 출소한 홍성식구파 조직원들이 2년 전부터 조직 재건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자금난으로 부하들의 동요가 심각하자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한씨 등 7명을 구속하고 3명을 수배했으며, 다른 전·현직 홍성식구파 조직원들의 개입 여부를 추가로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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