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친정과 혈투 ‘우울한 승리’

입력 2010.02.11 (21:33)

수정 2010.02.1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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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부산 KT와 원주 동부는 이번 시즌부터 급격히 가까워진 사이다.



지난 시즌까지 동부를 이끌었던 전창진 감독이 KT로 옮기면서 코치였던 강동희 감독이 동부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이다.



11일 원주치악체육관에서 맞붙은 두 감독은 경기에 앞서 "전날 저녁도 함께 먹었다"며 우애를 자랑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두 감독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먼저 강동희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못했고 KT 선수들이 잘했기 때문에 졌다"면서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챈들러가 치고 들어가는데 와서 부딪힌 상황에서 (심판의) 콜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 단지 그 장면 하나 때문이 아니고 그전부터 여러 (이해하지 못할) 상황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 ’순둥이’로 소문난 강동희 감독이었지만 63-68로 뒤진 경기 종료 3분46초를 남기고 양복 상의를 벗어 바닥에 팽개칠 정도로 화가 단단히 난듯했다.



’형제 구단’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두 팀 선수들도 날카롭게 대립했다. 이어진 상황에서 또 심판이 반칙을 불어주지 않았다고 생각한 동부의 마퀸 챈들러는 벌떡 일어나 골밑슛을 시도하던 KT 조성민에게 거친 반칙으로 ’보복’하기도 했다.



승부가 갈린 뒤에는 KT 공격에서 3초 위반, 고의적인 반칙이 잇달아 나오는 등 ’보상성 판정’으로 볼 수 있는 장면도 나와 이긴 쪽이나 진 쪽 모두 개운한 느낌이 아니었다.



경기가 끝난 뒤 화난 동부의 홈팬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장 안으로 이물질을 던지지 말아달라"고 안내 방송을 해야 할 정도였다.



또 코트 안에서는 두 팀의 간판선수인 KT 신기성과 동부 김주성이 언쟁을 주고받는 모습까지 보였다.



전창진 감독은 "경기는 이겼지만 마음이 안 좋다. 나도 올해 동부에 세 번을 졌지만 다 받아들였다"며 "오늘 내가 본 상대 벤치나 선수들에 가슴이 아프다. 1승을 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창진 감독은 "승부의 세계에 선배, 후배가 어디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했다. 나 혼자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며 이기고도 우울해했다.



치열한 선두권 싸움 속에서 돈독했던 두 팀의 우애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코트 밖 관심거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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