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분홍·아들은 파랑’ 언제부터, 왜?

입력 2010.02.25 (20:31)

<앵커 멘트>

어린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 옷이나 물건을 고를 때 어떤 색상을 선호하세요?

보통 딸은 분홍에 아들은 파랑을 선택하는데요, 언제부터 어떤 이유 때문에 이렇게 성별을 색으로 구별하게 된 걸까요?

하송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6살 난 소녀의 방.

옷부터 신발, 가방, 장난감 심지어 책까지 온통 분홍색입니다.

반면 또래 소년의 방은 완전히 파란색 물건으로 뒤덮였습니다.

인종이나 국적은 달라도 남자아이들은 의례 파란색을 여자아이들은 분홍을 좋아합니다.

<인터뷰> 윤정미(사진작가) : "하늘색과 핑크색이 성별에 따라 나누어져 있다는 거죠. 이것이 본능인지 아니면 학습된 것인지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침투해 있다는 것이죠."

<현장음> "다 핑크 옷이잖아. 우리 윤하도 다 핑크 옷이지? 우리 윤하 방을 보는 듯 한데."

실제 과학적 실험에서도 5-6살 이하의 여아는 분홍색을, 남아는 푸른 색을 본능적으로 더 선호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회가 행복한 느낌을 주는 분홍색을 여성의 상징으로, 씩씩한 느낌을 주는 파란색을 남성의 상징으로 여깁니다.

<인터뷰> 공지은(서울시 무악동) : "남자애는 좀 씩씩하게 키우고 싶어서 파란 계통을 여자애는 예쁘게 키우고 싶어서 그런지 핑크색으로 손이 가더라고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여성의 색 선호도는 급격한 변화를 보입니다.

분홍 일색이던 수많은 6살 소녀의 방들은 3년 후 같은 방인가 싶을 정도로 달라져 있습니다.

또래 남자 아이들의 방처럼 보라색 또는 파란색으로 취향이 바뀐 것입니다.

남자아이들의 방은 파란색이 더 짙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학습과 경험이 본능에 따라 끌리던 선호 색상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인터뷰> 김선현(차병원 미술치료 교수) : "타고나면서 좋아하던 색깔을 고집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자라면서 환경에 따라 바뀌죠. 그게 부모의 영향일 수도 있고 또래의 영향일 수도 있고..."

남녀의 색상 구분이 파랑과 분홍으로 고착화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1914년 미국의 한 신문은 '이 시대의 관습을 따르려면 아들에겐 분홍을 딸에겐 파랑을 사용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으로 획일화된 제품들.

아이들의 개성마저 어른들의 관습에 맞춰 획일화돼 자유로움을 잃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KBS 뉴스 하송연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