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영화 오래 보기, 신기록에 도전!

입력 2010.02.26 (08:53)

수정 2010.02.26 (10:14)

<앵커 멘트>

전 영화관 자주 가는데요. 아무리 영화 좋아해도 하루에 두 편 이상 보니까 머리 아파서 못보겠더라고요.

그러고보면 이분들은 참 대단하십니다. 최서희 기자, 영화 오래보기 대회 도전자들이 잠도 안 자고 며칠째 영화만 보고 있다구요?

<리포트>

4일동안 잠 안자고 계속 영화만 보고 있는데요, 지금이 8시 35분이죠. 함께 축하해줄까요? 방금 새로운 기록이 탄생했습니다.

대회가 정확히 지난 23일 낮 12시 25분에 시작됐으니까 지금 68시간 10분이 지났습니다. 지금까지의 68시간 7분보다 3분이나 더 오래 본거죠.

아직도 00 명이 남았습니다.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들도 신기록, 영화오래보기도 신기록, 김연아 선수 경기도 있는데 오늘, 예감이 좋은데요?

서울의 한 극장입니다.

아침부터 300여 명의 사람들이 몰렸는데요,

바로 영화오래보기대회 참가자들입니다.

그런데 이 큰 가방은 왜 매고 왔을까요? 가방 안은 야채와 안마기로 가득 찼는데요, 바로졸음을 쫓기 위한 비장의 무기입니다.

<인터뷰> 이혜민(개인전 참가자) : “영화를 70시간 동안 봐야 되니까. 그동안 심심하지 않게 보기 위해서 여러 가지 간식과 잠 안 자기 위한 비장의 도구들을 가져 왔습니다.”

한쪽에서는 작전을 짜느라 바쁜데요,

<현장음> “무의식적으로 옆에 쳐다볼 거 같지 않아?”

<현장음> “마음속으로 5초를 세자.”

커플이나 단체팀의 경우 한 사람이라도 규정을 어기면 다함께 탈락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지은(단체전 참가자) : “옆 사람 자면 허벅지 꼬집을 거예요. 어떻게든 깨워야죠.”

그런데 다정한 연인들 사이로 보이는 커플,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현장음> “못 산다 진짜.”

<현장음> “아우, 죄지은 거 같은데...”

바로 남자친구의 혈압이 너무 높아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위기에 놓인 건데요,

재검사 끝에 간신히 통과했습니다.

<인터뷰> 이건율(커플전 참가자) : “멀리서 차비 들여서 왔으니까 영화 10편 이상은 꼭 보고 가겠습니다.”

상영관 안에는 30여대의 감시 카메라와 감시요원들이 탈락자를 바로 가려냅니다.

<인터뷰> 김덕은(한국기록원장) : “눈을 5초 이상 감거나 옆 사람에게 방해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고요. 각성제나 기타 약물로 졸음을 쫓으면 안 됩니다.”

드디어 영화오래보기대회가 시작됐는데요,

<현장음> “3. 2. 1.”

70시간 동안 34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그런데 41분 만에 밖으로 나오는 백병준 씨, 오늘의 첫 번째 탈락자입니다.

<인터뷰> 백병준(첫 번째 탈락자) : “대전에서 올라오느라 잠을 못 자서 눈 상태랑 몸 상태가 나빴던 게 가장 큰 패인 인 것 같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자 대부분 밖으로 나가거나 음식을 먹는데요, 그런데 이 분들은 대체 뭘 하는 걸까요?

<현장음> “영화를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저희만의 스트레칭이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참가자들의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는데요, 몸을 비틀고 눈을 억지로 떠보기도 하지만 자꾸만 감기는 눈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밖에
있는 모니터 요원들에게 실시간으로 감시 되고 있습니다.

<현장음> “저 사람 자는 거야? 눈이 안경 때문에 안 보여..”

점점 탈락자들이 속출하는데요, 증거자료를 보고도 아니라며 우기다가 한번 만 봐달라고 매달리기도 합니다.

<현장음> “안돼요. 안돼요. 정말 이건 아니에요. 조금만 봐 주세요. 지난해에 영화를 한 번도 못 봤어요.”

단체 팀의 경우 규칙을 어긴 사람은 원망을 한 몸에 받기도 하는데요,

<현장음> “미안해.”

<현장음> “어떻게 할 거야? 당장 나가.”

<현장음> “선배 때문에 진 거예요.”

기록을 세우진 못했지만 드디어 끝났다는 해방감에 시원섭섭한 마음입니다.

<인터뷰> 최서영-김기백(커플 2위 팀) : “제일 먼저 자고 싶어요. 자는 게 제일 하고 싶어요.”

<인터뷰> 장원영(단체 1위 팀) : “너무 아쉬워요. 일단 최초 단체1위 팀이라고 하니까 너무 기분 좋고요. 내년에는 저희가 와서 저희 기록 다시 깨려고요.”

이제는 식욕보다는 잠이 먼저인데요, 이 분은 상영관이랑 안방이랑 헷갈린 모양입니다. 식욕을 택한 사람들도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릅니다.

<인터뷰> 백지애(개인전 참가자) : “제가 눈도 풀렸듯이 고삐가 풀려 있어요. 정말 걱정이에요.”

3일 동안 영화관에서 생활하다 보니 바깥소식은 알지도 못하는데요, 이제는 영화관이 집 같습니다.

<인터뷰> 박근형(경기도 용인 수지) : “3일째인가? 금메달 이승훈 선수가 땄다는 거는 아는데, 김연아 선수 소식은 잘 모르겠는데요.”

60시간이 넘자 대부분이 탈락하고 20여 명의 참가자만이 남았는데요, 남은 시간, 정신력으로 버티며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지애(개인전 참가자) : “10시간만 지나면 70시간 되잖아요. 한국 신기록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파이팅!”

대회는 오늘 10시에 끝나는 데요, 과연 68시간 7분의 기록을 깨는 신기록이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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