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후보 공천, 경쟁력보다는 도덕성

입력 2010.03.11 (07:09)

수정 2010.03.11 (08:52)

[김진수 해설위원]



한나라당이 비리 전력자 공천 신청 자격 기준을 금고형 이상으로 조정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지난 선거 때는 공천을 받을 수 없었던 벌금형 전력자들도 공천을 받을 수 있게 기준이 완화된 것입니다. 거기에 공천 자격을 주지 않는 대상에 사면 또는 복권된 자는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신설해 이번 선거부터는 사면 복권된 사람도 공천 신청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자격 완화 조처는 한나라당 입장에서 보면 2008년 총선에서 당헌 당규에 따라 벌금형 전력의 김무성 의원과 사면 복권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가 배제되면서 당이 한 차례 분란에 휩싸였던 기억 때문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민주당의 경우를 봐도 공천 신청 자격 기준을 금고형 이상으로 정하고 있어 야당과의 형평성 부분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면 복권자를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신설한 것도 사면 복권의 본래 취지를 고려할 때 크게 잘못됐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보름 전인 지난달 26일 공천 자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당헌 당규를 개정하고도 비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외부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정병국 사무총장은 이번 공천 심사에서 오히려 도덕적인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그 이후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여러 차례 밝혀 왔습니다. 당헌 당규 개정을 통해 공천 자격을 완화시켜놓고 도덕성을 강화하겠다는 발언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입니다.



공천 자격을 완화한 부분에 있어서 민주당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이라도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과반 이상의 위원이 인정하면 공천 자격을 줄 수 있기로 당헌 당규를 바꾼 것입니다. 물론 무조건 형량에 얽매이지 않고 정치범이나 양심범 등 범죄의 성격에 차별을 둬 공천심사위원회의 판단을 한 차례 더 받게 하겠다는 의미지만 성희롱 사건으로 낙마한 우근민 전 제주지사를 최근 엄청난 비난 여론 속에서도 복당시킨 민주당으로서는 그 진의를 의심받기에 충분합니다.



지방선거가 이제 83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선거는 정국 운영에 있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여야 모두에게 중요한 선거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선거에 임하느냐에 대해서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후보의 경쟁력이냐 도덕성이냐의 문제는 결국 유권자들이 표로 심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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