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할아버지의 ‘대여 봉사’ 30년

입력 2010.03.22 (20:31)

수정 2010.03.22 (20:41)

<앵커 멘트>



오늘도 낮부터 중부지방에 눈이 내렸는 데요, 미처 우산을 못 챙기는 바람에 낭패를 당해본 경험, 있으시죠?



이런 행인들을 위해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우산 대여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보도에 김기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출근 때와 달리 변덕스럽게 달라지는 봄 날씨,



길을 걷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눈이나 비를 만나면 우산을 챙기지 않은 이들은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반가운 손길이 등장하는 건 바로 이 순간...



<현장음> 김성남(우산할아버지) : “필요하신 분은 쓰고 가세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우산을 무료로 빌린 사람들은 환한 얼굴로 펼쳐 듭니다.



<인터뷰> 이영우(경기 성남시 정자동) : "우산을 빌려주니까 너무 고맙지."



망가진 우산 수리 역시 무료...



꼼꼼한 솜씨가 알려지면서 날마다 70명 안팎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순년(경기도 광주시) : “다시 재활용해서 쓸 수 있게 고쳐 주니까요. 웬만하면 살이 하나 나가면 다 버리잖아요. 그냥 가도 돼요? 감사합니다.”



이른바 ’우산 할아버지’로 불리는 84살 김성남 씨,



버려진 우산을 모아 무료로 나눠주다가 직접 수선까지 해 가며 봉사를 해 온 지 벌써 30년 쨉니다.



<인터뷰> 김성남(우산 할아버지) : "안타깝지. 비가 와서 집에 못 가면 소나기가 내려서 못 가는 사람. 하나씩 이것을 만들어서 빌려주는 것을 좋아해서 시작했죠."



도움을 받은 이들은 때때로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작은 선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허재원(서울 잠실동) : “너무 고마워서 드렸죠. 나이 드셔서 하시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이고 좋아서...”



컨테이너로 만든 작업 공간에 가득 쌓인 우산 중에는 주민들이 기부했거나 업체에서 기증받은 것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반환되지 않는 우산이 늘면서 새 우산을 빌려줄 경우에만 보증금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성남(우산 할아버지) : "천원을 맡겨놓고 우산을 빌려줬다가 우산을 가져오면 천원을 돌려드려요. 그래서 우산이 많이 확보가 되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김 할아버지를 반기는 것 역시 우산입니다.



집안 곳곳에 ’할아버지’의 손길을 기다리는 우산들이 빼곡히 쌓여 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또다시 수선을 시작하는 할아버지 ...



지켜보는 할머니의 눈길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인터뷰>명효순(우산 할아버지 부인) : "그걸 뭘 가지고 들어 오냐고. 보물덩어리냐고. 징글징글하다고 그러지. 그러다가도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좋은 일 하다가 가지. 이해하게.’ 그러면 서로 또 이해하고.. "



이렇게 날마다 우산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김 할아버지가 힘을 내는 원천은 바로 오가는 사람들이 건네는 감사 인사입니다.



<인터뷰> 김성남(우산할아버지) : "지나가면서 인사해주고 또 우산 고치러 와서 인사해주고 빌려가는 사람 인사하고. 그래서 지금은 피곤하지를 몰라. 일을 해도 재미있지."



KBS 뉴스 김기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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