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로씨가 미워한 것은 日의 한국인 차별”

입력 2010.03.26 (13:56)

"권 선생이 미워한 것은 일본인이 아니라 일본 정부나 경찰들이 재일동포에 행한 차별이었습니다"

재일동포 차별에 항의, 일본 야쿠자를 살해한 뒤 무기형을 살던 권희로씨의 석방운동을 벌이는 등 권씨 귀국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귀국 후에도 후견인을 자처했던 삼중 스님은 26일 오전 빈소가 차려진 부산 동래구 봉생병원 장례식장에서 "(권씨는) 한국에 관광을 온 일본인들에게는 통역도 해주며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권씨가) 잘해준 일본인 관광객들은 일본으로 돌아가서도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며 "그는 일본인과 일본을 미워하지 않았고 그런 생각을 일관되게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생전 권씨가 자신이 일본에서 한 일에 대해 "한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저항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결코 후회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며 "일본 정부나 경찰이 한국인에 행하는 차별대우를 미워한 것일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생전 권씨가 가장 존경한 인물은 안중근 의사였다으며 공교롭게도 권씨가 숨진 오늘은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삼중 스님은 권씨가 일본에서 출판된 한 백과사전을 보여준 기억을 떠올리며 "백과사전에 일본에게 가장 무섭고 치열하게 투쟁한 사람으로 안중근 의사와 권씨의 사진이 나란히 수록돼 있었다"며 "권씨는 이 사실에 대해 긍지를 느끼고 있었으며 안 의사가 숨진 중국 여순감옥에도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씨는 1999년 가석방으로 우리나라에 영주 귀국한 이후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외로운 삶을 살아왔다.

스님은 "부모의 조국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권씨가 언어나 풍속을 몰라 많이 힘들어했고 영도 바닷가에서 일본을 바라보며 고향을 그리워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된 최근엔 11년 동안 부모 고향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잘 살다간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삼중스님은 권씨가 야쿠자를 살해한 혐의로 32년을 복역한 것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보낸 유년기때도 수시로 소년원과 감옥을 들락거렸고 귀국한 뒤에도 2년6개월을 복역하는 등 그의 생애 82년동안 50년 이상을 감옥에서 보낸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을 형무소에서 보낸 불행한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된 지난 13일 동구 수정동의 자택으로 찾아온 삼중 스님에게 권씨는 "나는 이제 어머님 곁으로 갑니다. 죽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며 "죽으면 내 뼈의 반을 아버지가 출생한 영도 바닷가에, 나머지 반을 어머니 묘가 있는 일본 시즈오카현의 카게가와에 묻어달라"고 비화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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