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이건희 복귀를 보는 시선들

입력 2010.03.28 (07:37)

<앵커 멘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전격 복귀한 뒤 삼성 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복귀 배경부터 각계 반응까지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김시원 기자!

<질문> 이건희 회장이 지금이 '진짜 위기' 라는 말로 복귀를 선언했는데, 삼성의 내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답변>

일단 인터넷 등을 통해 직원들이 올린 글들을 보면 기대감이 큰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앞으로 조직이 어떻게 변할 지 긴장감도 엿보입니다.

이번 복귀상황을 지난 93년과 비교해볼 수 있겠는데요.

당시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면서 위기를 선언했었죠?

이번에도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된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냈습니다.

이 회장은 매일 회사에 나오지는 않지만 삼성전자의 주요 현안들을 직접 챙겨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삼성은 국내에서 LG와 함께 3D TV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구요.

한발 늦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신제품을 선보이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93년 때는 이 회장의 선언 이후 삼성이 급성장했는데, 이번에는 어떨 지 관심입니다.

<질문> 이 회장의 복귀는 '사장단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모양새를 취했죠?

<답변>

네 사실 지난달만 해도 이 회장의 답변은 '아직 아니다' 였습니다.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건희 회장(2월 5일): "회사가 약해지면 복귀해야죠.복귀라기보다 도와줘야죠. (지금은 강한 상태인가요?) 아직은 괜찮은 걸로 봅니다."

그러다 사장단의 권유를 받았고 한달 간의 고심 끝에 복귀를 결심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태도가 돌변한 이유로 삼성 측은 도요타 쇼크를 꼽았습니다.

초일류 글로벌 기업이 한순간 위기에 빠지는 걸 보고 사장단이 큰 충격에 빠졌고, 경영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데 동감했다는 겁니다.

아이폰 쇼크도 무시할 수 없었겠죠.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도 삼성은 투자 결정을 신속하게 못 하다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질문> 외부에서는 경영권 승계에 대한 관심도 높던데요?

<답변>

지난 2008년 삼성특검으로 불명예 퇴진했기 때문에 이번 복귀가 명예회복과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한 정해진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동안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장녀인 이부진 에버랜드 전무를 놓고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온갖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는데요.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복귀와 관련해 이재용 부사장의 역할에 변함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 회장은 올 초 자녀들의 경영능력에 대해서 "손잡고 다녀야 할 만큼 어린애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경영수업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이 회장이 이번에 복귀하고, 몇년 뒤 명예로운 퇴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질문> 재계와 시민단체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죠?

<답변>

네 전경련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세계 경제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삼성이 더 발전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반면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건희 회장이 경영 쇄신안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며 비판했습니다.

또 이건희 회장이 이사회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등기임원도 아니어서 권한은 행사하되, 책임은 지지않으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질문> 그럼 지난 2008년 이 회장이 퇴진 선언 때 했던 경영 쇄신 약속들, 실제로 얼마나 지켜졌습니까

<답변>

먼저 삼성은 당시 드러난 차명재산 4조 5천억 원을 실명화한 뒤에 벌금과 세금 등을 내고 남는 돈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남은 돈을 1조 2천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유익한 일이 무엇인지도 밝히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2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도 아무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또 삼성은 당시 윤리경영도 약속했었는데요.

당시 횡령 혐의로 물러난 삼성화재 황태선 사장은 현재 삼성스포츠단 상담역을, 역시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삼성증권 배호원 사장은 삼성정밀화학 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당시 기소됐던 임원들 중 상당수는 잠시 물러났다 복귀한 상탭니다.

이와함께 전략기획실이 과연 해체됐냐는 것도 논란거립니다.

이학수 씨가 올 초 라스베이거스 전자쇼 등에서 그림자 보좌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형식적인 조직은 없어졌지만, 전략기획실 출신 임원들이 계속 활동하면서 실질적 기능은 유지돼 온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2년 전 이건희 회장이 퇴진한 이유는 삼성이 불투명한 경영방식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데 대한 경영 책임 때문이었는데요.

과연 삼성은 그 때에 비해 얼마나 윤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할 준비가 됐는 지, 늦었더라도 국민들을 설득하고 납득시키는 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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