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빈민촌의 대모 ‘코리안 빅마마’

입력 2010.04.07 (20:38)

수정 2010.04.07 (20:45)

<앵커 멘트>



끝이 보이지 않는 가난과 질병으로 신음하는 검은 땅 아프리카에서 한 한국여성이 온몸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케냐 빈민가에서 ’어머니’ 라고 불리는 이경옥 씨의 사연을 엄기숙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3대 빈민가 중 하나로 꼽히는 아프리카 케냐의 키베라.



마을 어귀에서 작은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어린이들이 줄까지 서서 애타게 기다리는 것, 바로 빵입니다.



빵을 가져온 사람은 한국인 이경옥 씨.



가져온 빵은 순식간에 동이납니다.



애타게 빵을 찾던 목소리는 이내 원망이 되어 돌아옵니다.



<인터뷰> 이경옥 : "코끼리 비스킷인 줄 아는데, 애들이 너무 배고파해서, 안할 수도 없고 끝에 가서 욕도 먹고 그런 실정이에요."



빵을 구입하는 돈은 이 씨가 경영하는 한국식당에서 나옵니다.



유난히 조용한 식당 안.



40명의 종업원 대부분이 빈민가 출신의 청각 장애인입니다.



이 씨에게 이들은 가족과 같습니다.



<인터뷰> 피터 : "마마 도움으로 심장판막수술을 했어요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병명도 잘 몰랐어요. 그때는 몸도 마르고 얼굴도 노인처럼 보였지요."



이 씨의 사랑 덕분에 삶을 되찾은 직원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식당일을 해냅니다.



재빠른 눈치로 손님들에게 감동을 주고... 김치도 어렵지 않게 척척 담가 냅니다.



<인터뷰> (알렉스, 아주 잘하는데요?) "마마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어요)"



평범한 주부였던 이 씨는 7년 전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아들이 말라리아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생전 처음 케냐 땅을 밟았습니다.



아들을 찾아왔지만 어린이들이 기아와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비참한 현실을 목격하고 나서는 차마 이 땅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케냐 빈민가의 ’대모’가 된 이씨의 소원은 장애인 5백 명에게 일자리를 주는 겁니다.



식당도 더 잘되기를 바랍니다.



꼭 사야할 물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경옥 : "밥 못 먹어서 죽은 게 아니고, 물 못 먹어서 죽은 사람이 너무 많았거든요. 우물 파는 기계를 사서 봉사하는 것이 저의 마지막 꿈입니다."



가난과 배고픔으로 가득찬 케냐.



이 씨는 그 검은 땅을 가슴으로 끌어안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희망’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엄기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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