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따라잡기] 김해 여객기 사고 희생자, 8년째 장례중?

입력 2010.05.03 (08:52)

수정 2010.05.03 (10:20)

<앵커 멘트>



8년째 장례중인 유골이 있습니다.



지난 2002년 경남 김해 돗대산에 추락한 중국 여객기의 희생자들입니다.



108명의 유골이 아직 병원 영안실에 그대로 있습니다.



이민우 기자. 유골들이 8년째 병원 영안실에 그대로 있다, 잘 믿기지 않는데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건가요?



<리포트>



이렇게 될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유골이 8년이나 방치될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유족들은 얼마나 죄스럽겠습니까?



그런데도 그렇게 돼버렸습니다.



보상금 때문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구요?



그럼 한번 입장 바꿔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가족이 사고로 숨졌는데, 보상금이 터무니없이 적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죽음을 돈으로 환산할 순 없지만, 유족 입장에서는 모욕감을 느낍니다. 그렇게 보상금 싸움이 시작돼, 무려 8년의 세월이 흐른 겁니다.



지난 2002년 4월 15일. 베이징에서 김해공항으로 오던 중국 민항기가 추락했습니다.



사망 129명, 부상 37명, 대형 참사였습니다.



<녹취> “아이가 있어요.”



<녹취> “아이가 몇 살이에요?”



<녹취> “10살”



그 참혹했던 순간, 8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고인이 된 희생자들은 아직도 8년 전 그 영안실에 있습니다.



중국 항공사측과 유가족들의 끝나지 않은 싸움 때문입니다.



경남 창원의 한 병원. 중국 여객기 추락사고 희생자 108구의 유골이 이곳에 안치되어있습니다.



올해로 8년째입니다.



<인터뷰> 김호진(병원 관계자) : “사고 일어나고 제가 알기로는 2주정도 지난 이후로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화장된 후 부터는 줄곧 여기에 모셔져 계셨지요.”



영안실 냉동실 옆 작은 귀퉁이. 유골을 두기에 적합한 장소도 아니고, 누구의 관심도 미치지 않는 이곳에 108개의 유골함이 쌓여있습니다.



<인터뷰> 김호진(병원 관계자) : “(이렇게 오래 방치 되는 경우도 있나요?) 극히 드문 예라고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유골함은 희생자들을 위해 세워진 위령탑으로 옮겨졌어야 했는데요, 이렇게 8년이나 방치될 줄은, 처음엔 아무도 몰랐습니다.



희생자 영정사진 108명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사진 한 장,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신부의 모습입니다.



사진속 주인공은 당시 20대 초반의 중국인 신부, 진주에 사는 한국 노총각 박 모씨의 신부가 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인터뷰> 김영준(신랑 박 모씨 가족) : “좋았어요. (신랑이) 결혼한다고 뭐 친구들한테도 연락도 하고 그랬는데...”



결혼식을 포함해 신부가 남편 박 씨를 만난 것은 고작 세 번. 그것이 이들 결혼생활의 전부였습니다.



<인터뷰> 김영준(신랑 박 모씨 가족) : “사진 찍어놓은 거 보면 굉장히 다정스럽게 찍어 놓고 그 당시 왔다 갔다 하면서는 정말...”



아마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기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이 되요.



결혼이 성사되고, 드디어 신부를 데리러 신랑의 어머니도 중국에 갔는데, 그만 어머니와 신부가 함께 변을 당했습니다.



<인터뷰> 김영준(신랑 박 모씨 가족) : “원래는 4월 14일 날 비행기로 돌아오기로 돼있었는데 비행기 시간을 놓쳐서 하루 늦춰 4월 15일 아침 10시 비행기를 탔는데... 그날 비도 왔는데 그 사고가 난거죠.”



이런 애절한 사연은 영안실에 있는 108구의 유골마다 있습니다. 그런데 고인이 되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이유, 보상금 때문입니다.



사고를 당하고 보상액을 생각할 여유도 없었던 때, 먼저 중국 항공사측이 유족들에게 보상액을 제시해왔습니다.



<인터뷰> 구대환(희생자 가족대책위원장) : “중국 측에서는 처음부터 주장했던 것이 대한민국은 관례적으로 위자료가 5000만원 밖에 안된다 그러니까 저희들이 재판까지 가지 말고 우리가 거기서 많이 줄 테니까 충분히 많이 가져가는 거다... ”



그런데 중국 항공사가 제시한 보상금이 너무 적다, 다른 항공 사고와 비교해서 터무니없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인터뷰> 임치영(변호사) : “1997년도에 발생한 괌 사고 같은 경우 한국인인 경우에는 최소한 9억 원은 줘야 된다라고 판결을 냈던 것입니다. 이 사건과 유사한 시기에 발생한 대만 항공기 같은 경우에도 대만 법원은 기존의 책임배상액을 30배나 진행시키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그 어떤 것으로도 죽음이 보상될 수는 없지만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이 평가절하 되는 것은 참기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희생자 가족들과 중국 항공사측과의 긴 싸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인터뷰> 김영준(유가족) : “전혀 생각 못했죠. 우리는 사건이 보통 길게 가도 3~4년 안에 끝날 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길게 갈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고인을 담보로 하는 이 싸움이 죄스럽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구대환(희생자 가족대책위원장) : “저희들은 돈보다도 중국쪽에서 저희들을 아픈것을 무시하고 도외시하고... 그런 자세로 저희들한테 했기 때문에 너무 억울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작년 12월 24일. 대법원의 판결이 났습니다. 결과는 허탈했습니다. 8년 전 그대로였습니다.



<인터뷰> 구대환(희생자 가족대책위원장) : “결국 8년 동안 왔는데 중국이 제시했던 금액이 최종적인 금액이 되어 버렸던 거죠.”



<인터뷰> 임치영(변호사) : “그래도 우리나라 대법원 같은 경우에는 자국민 보호를 위하고 또 우리나라의 국제적 수준이 있는데 그 수준을 보장해 줄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요, 그것을 작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전날 희망을 꺾어버렸습니다.”



중국 항공사의 대응에도 화가 났지만 유가족들이 더 서러웠던 것은 따로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준(유가족) : “그 당시 사고가 났을 때 중국하고 우리나라 정부에서 나서서 사건을 해결해줬어야 되는 건데 돌아오는 답은 민사니까 정부에서 나설 수가 없다는 그런 정말 되도 않는 대답만 돌아왔어요. 지금 우리는 그 생각만하면 진짜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은 생각밖에는 없습니다.”



보상도, 대형 참사에 대한 대응도 그때나 8년 후나 같았습니다. 유족들은 8년 동안 고인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책감만 더했습니다.



<인터뷰> 김영준(유가족) : “죄책감이야 뭐 이루 말할 수 없지만은 그 당시상황으로는 그렇게 밖에 안 되니까. 이제 만약에 다시 그것(유골함)을 찾아온다면 화장을 해갖고 다시 뿌리던지...”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긴 싸움을 하느라 8년간 병원에 유골을 안치해둔 비용이 무려 7억 원. 비용을 지불해야만 유골을 찾을 수 있는 가족들은 애가 타지만 중국 항공사측은 답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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