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경험자들 아직도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입력 2010.05.17 (08:36)

우울증.알코올중독…보훈병원에도 치료시설 없어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경험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5.18기념재단이 2007년 펴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남ㆍ서울ㆍ경기에 거주하는 5.18 부상자와 구속자, 유족 등 유공자 113명을 상대로 후유증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5.6%(29명)가 가벼운 PTSD 증상을 보였고 16.8%(19명)는 PTSD로 진단받았다.

2006년 재단이 광주 지역에 거주하는 5.18 유공자 197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55.8%(110명)가 가벼운 PTSD 증상이 있었고, 40.1%(79명)는 PTSD가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PTSD는 극도로 위협적인 사건으로 말미암은 심리적 충격 때문에 나타나는 정신 장애다. 진단 때 15점부터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하지만 엄격하게는 20점 이상부터는 PTSD를 앓는 것으로 본다.

연구진은 5.18 유공자 중 부상자와 구속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신체적, 정신적 상해를 입은 성폭행 피해자나 난민, 고문피해자 등 인권 유린 피해자와 유사한 경험을 한 까닭에 상당수가 PTSD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족은 이해할 만한 사유 없이 소중한 가족을 잃고 이들의 죽음을 목격했기 때문에 상당수가 심한 PTSD 증상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를 진행한 오수성 전남대 교수는 "5.18 체험자들은 지금도 만성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당시 충격을 현실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재경험하면서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중독을 함께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가 운영하는 보훈병원에도 이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나 프로그램은 없다. 정신 질환을 앓는 5.18 부상자에 대해 장애 등급에 따라 보상금 형식으로 지원할 뿐이다.

오 교수는 "30년이 지나서도 5.18 경험자들에게 정신적 피해가 이어지고 있고, (이는) 본인뿐 아니라 아내,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며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담 의료기관을 설치해 PTSD 증상이 있는 피해자를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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