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추억을 파는 ‘풍물시장’

입력 2010.05.17 (08:51)

수정 2010.05.17 (10:30)

<앵커 멘트>

안 파는 물건이 없어서, 여기 물건들로 탱크도 조립할 수 있다던 서울 황학동 도깨비 시장을 기억하시나요?

지금은 서울 풍물시장이라는 새로운 간판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는데요.

정수영 기자, 시장 자리는 옮겼어도 추억을 파는 가게들은 여전하다구요?

네, 없는 것 빼곤 다 있다는 서울 황학동 도깨비 시장 기억하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청계천 복원과 함께 흩어졌던 도깨비 시장 상인들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박물관에서 튀어나온 듯한 50~60년대 라디오와 텔레비전, 90년대 유행하던 삐삐도 있는데요.

이런 물건들 대체 어디서 다 구해 오는 걸까요?

풍물시장 상인 물건 수집하는 길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옛 황학동 도깨비 시장 상인들이 다시 뭉쳐 만든 서울풍물시장입니다.

알기 쉽게 색깔별로 나눈 시장 안내판들이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낡은 물건들을 뒤죽박죽 쌓아놓은 가게마다 백화점 쇼윈도에서는 맛볼 수 없는 옛 도깨비 시장 재미가 살아 있습니다.

<인터뷰>최태진(서울풍물시장 상인) : "우리 또래 6~70먹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주로(와서 사지요.)"

<녹취> "고장이 안 나서 회사가 망했다는 거예요. 그 정도로 지금도 요즘 것보다 더 완벽해요."

<녹취>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면 4대, 5대가 쓰는 거지 현재 옛 교복 차림 고스란히 담은 졸업앨범부터 90년대 인기를 누린 ‘삐삐’도 있습니다.:

<녹취> "옛날에 이 텔레비전을 보려면 10원씩 내고 봤었어."

동네에 한 대 뿐이던 귀한 텔레비전, 개구쟁이 시절 추억을 되살리는 낡은 나무 의자에 앉아 보며 30~40년 전 옛 기억에 빠져듭니다.

무질서하게 놓여있는 옛 물건들 사이에서 숨은 보물을 찾는 재미가 쏠쏠한데요.

<인터뷰>이미현(고객) : "요새는 상상도 못하는 그런 것들?"

돈 주고 사려고 해도 없어서 못 구하는 각양각색의 풍물시장 물건들 상인들은 대체 어떻게 수집할까요?

<인터뷰>김지욱(서울 풍물시장 상인) : "아들이 (골동품을) 수집해서 파는 거예요. 아들이 지금 충남 예산에 있을 거예요."

10년 째 골동품을 취급하는 김정철 씨, 차에서 숙식을 해결해가면서 전국을 돌며 옛 물건을 구합니다.

<인터뷰>김정철(골동품 수집가) : "이렇게 시골을 직접 다니면서 물건 구하는 사람은 전국적으로 50명도 안 될 거예요. 옛날에는 많았는데..."

한참을 달리던 김정철 씨. 차에서 내려 급히 트럭 뒤쪽을 살핍니다. 김 씨의 표정이 어두워지는데요.

어렵게 구한 골동품이,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깨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인터뷰>김정철(골동품 수집가) : "덜컹하더니 깨졌네 이게 강원도에서 (옛날에 쓰던) 무쇠화로거든요. 삼발이 화로라고, 연대는 150년에서 200년 된 건데..."

안타까워하기도 잠시, 다른 보물을 찾아 나섭니다.

옷장 뒤에 고이 모셔둔 낡은 병풍 하나를 발견했는데요, 하루 종일 발품을 판 수확이 있는 걸까요?

<녹취> "제가 보기엔 100만원이면 많이 드리는 건데 이거."

<녹취> "천만 원 줘도 안판다고"

쉽지 않은 골동품 수집. 하지만, 김 씨는 기꺼이 계속 할 생각입니다.

<인터뷰>김정철(골동품 수집가) : "비록 돈벌이는 안 되도, 옛것을 수집해서 좋은 사람한테 가는 즐거움도 있고 그렇거든요."

<인터뷰>최창희(서울풍물시장 상인) : "첫 번째로 강사랑이라는 분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신 사연입니다."

오후 두시, 풍물시장 스피커로 방송이 시작됩니다.

PD와 작가, DJ까지 모두 풍물시장 상인들인데요.

<녹취> "서울풍물시장이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녹취> "보이는 방송이라고 전국 전통시장에서는 처음으로 방송이 생중계로 나가고 있습니다."

상인은 물론, 손님들의 진솔한 사연과 노래신청으로 이루어지는 풍물시장 방송!

<녹취> "정말 풍물시장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많이 있습니다."

온라인 생중계로 풍물시장 돌아가는 이야기를 알리며 인터넷 손님들을 시장으로 끌어 모읍니다.

상인들에게는 노곤한 오후 두시 피로를 가시게 하는 풍물시장 명물입니다.

<인터뷰>김태숙(서울풍물시장 상인) : "이거 할 때 마다 봐요."

아직 아마추어 티를 벗지 못한 초보 방송이지만 오늘도 풍물시장 방송국에는 수많은 사연과 신청곡이 줄을 잇습니다.

<녹취> "10초 남았습니다."

뒤죽박죽 쌓인 물건들 속에서 옛 추억과 향수를 만끽할 수 있는 풍물시장, 현대화된 시설과 인터넷 방송까지 갖추고 제 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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