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라 부르지마’ 냉랭한 기자회견

입력 2010.06.15 (00:00)

수정 2010.06.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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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축구 대표팀의 14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기자회견은 정치적인 질문은 전혀 받지 않겠다고 주의를 환기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북한 대표팀에 배정한 미디어 담당관 고든 글렌 왓슨은 김정훈(59) 감독이 회견장에 도착하자 "정치적인 질문은 전혀 받지 않기로 했으니까 축구 경기과 관련된 질문만 하라"고 말했다.



첫 질문부터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한국 기자가 "북한은 예선에서 수비적인 전략을 써왔는데 본선에서도 그 전략을 유지할 계획인지, 핵심 선수가 누구인지 꼽아달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북한’이라는 나라는 없다"며 "다음 질문을 받겠다"며 `북한’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한국 기자의 질문을 거부했다.



정치적 질문은 하지 말라고 했으면서도 오로지 경기 자체에 대한 질문에도 스스로 철저히 정치적이었던 모습.



북한이 `북한’이라는 말을 전쟁의 `미수복 지역’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한반도를 외세에서 일제강점기 전으로 해방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조선’이라는 말을 선호한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한국어 통역원도 기자회견을 매끄럽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인 듯 이때부터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등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몸 상태나 북한이 8강에 진출했던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의 이변 등이 거론되면서 회견 분위기는 일시적으로 안정됐다.



하지만 북한이 `정치적’으로 규정할 법한 질문은 여전히 끊이지 않았다.



`내일 선발 라인업을 감독 말고 지도자가 결정하느냐’는 한 외신기자의 질문은 통역이 끝나기도 전에 미디어 담당관이 미리 정색을 하고 차단했다.



영국 BBC 기자가 `북한에서 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미디어 담당관이 대신 답하려 했으나 김 감독이 미리 "나는 관계된 사람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서 미디어담당관은 북한의 훈련이 모두 비공개로 치러진 경위를 추궁받자 "규정에 따라 언론과 협조했다"면서 서둘러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기사 작성실로 돌아간 한국 취재진에는 한국 기자의 첫 질문이 퇴짜를 맞은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해외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했고 외신 기자들은 이를 `분단의 잔재’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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