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시간 ‘제로’…하지만 16강 빛냈다!

입력 2010.06.2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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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는 벤치를 지킨 조연들의 역할도 빛났다.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 등 4경기에서 한번도 필드를 밟지 못한 선수는 골키퍼 이운재(37.수원)와 김영광(27.울산), 공격수 안정환(34.다렌), 수비수 김형일(26.포항)과 강민수(24.수원), 미드필더 김보경(21.오이타) 등 무려 6명이다.

각국의 과거 월드컵을 살펴보면 주전과 비주전의 갈등, 선수 기용에 대한 불만은 전력누수로 직결돼 나쁜 경기 결과를 낳는 사례가 많았다.

다행히도 한국 대표팀에서는 어느 때보다 붙박이 벤치워머가 많았으나 별다른 갈등 조짐이 없었고 오히려 전력에서 배제된 선수들이 경기 안팎에서 좋은 분위기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불만이 많을 수 있는 `골든보이' 안정환과 `거미손' 이운재는 자신들이 쌓은 명예가 땅에 떨어졌으나 이를 참아내고 `내조'로 승화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안정환이 부름을 받지 못했지만 싫은 표정이 없이 경기마다 선수들을 따뜻한 말로 격려했다"며 "이운재도 정성룡과 붙어 다니면서 큰 무대에 출전할 때 필요한 기술적, 심리적 경험을 전수하려 했다"고 말했다.

안정환은 경기 흐름을 바꿀 조커 해결사로 부름을 받았고 이운재는 10년 가까이 지켜온 골키퍼 주전 자리를 본선을 코앞에 두고 정성룡에게 빼앗겼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고참 공격수 황선홍과 수비수 홍명보가 비주전들의 분한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대표팀의 화목이 유지됐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불가피하게 벤치를 지킬 선수가 고참이었다는 점에서 그 때와 다른 묘한 긴장감이 돌았으나 안정환과 이운재가 스스로 활력소가 되면서 위기는 오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고참들이 벤치에 있어서 주전 선수들 가운데 후보 선수들에게 다가서려고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벤치에 앉은 고참들이 스스로 다가섰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김영광과 김형일, 강민수, 김보경도 `1분이라도 뛰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적지 않게 속을 썩였을 것이 분명하지만 불만을 얼굴에 드러낸 적이 없다.

김영광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실질적인 주전경쟁을 해본 적이 없으며 연습경기 때 비주전 멤버들의 수가 적으면 필드 필레이어로도 뛰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강민수와 김형일은 중앙 수비수 이정수(20.가시마)와 조용형(27.제주)가 부상이나 경고누적으로 결장할 것을 대비해 항상 출격을 대비하고 있었다.

좌우 미드필드를 오갈 수 있는 막내 김보경도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22.볼턴)이 불가피하게 출전하지 못할 때 공백을 메울 요원으로서 계속 경기 감각을 유지해왔다.

출전시간이 전혀 없지만 주전들의 부담을 덜어준 이들 비주전 선수들의 진실한 마음은 경기가 끝날 때마다 잠시 단면처럼 드러나곤 했다.

이겼을 때나 16강에 진출했을 때 가장 먼저 기뻐하고 환호했던 선수는 이들 비주전이었고 대패했을 때나 8강 진출이 좌절됐을 때 가장 먼저 다가가 주전들의 어깨를 감싸고 위로했던 선수도 이들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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