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잔소리가 싫어서…70대 어머니 살해·방화

입력 2010.07.30 (08:58)

수정 2010.07.30 (11:48)

<앵커 멘트>



70대 노인을 살해한뒤 집에 불을 지르고 달아난 피의자가 두달만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잡고 보니 숨진 70대 할머니의 아들이었습니다.



이재환 기자, 친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했다니, 왜 이런 패륜을 저지른건가요?



<리포트>



네,어머니를 살해한 이유, 잔소리가 싫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50대 아들, 4살 여자아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복역하다 출소한 지 석달 만에 어머니를 목 졸라 숨지게 했습니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집에 불까지 지르고 달아났습니다.



아들의 행적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의 추궁 끝에 김씨는 범행 사실을 모두 털어놨습니다.



두 달 전, 경기도의 한 주택에서 일어난 70대 할머니 방화, 살해 사건!



피의자는 50대 남성, 살해된 할머니의 친아들로 밝혀졌습니다.



<녹취>이웃주민 : “나쁜 놈이지, 엄마를 어떻게...”



<녹취>김00(피의자) : “(범행 후) 겁이 났습니다. 두렵고, 무섭고.”



어머니의 잔소리가 싫었다는 이유로,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패륜을 저질렀습니다.



지난 5월, 경기도 파주의 한 주택에서 70대 할머니가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숨진 할머니는 72살, 최모씨.



자신의 안방 침대에서 불에 탄 채, 숨져 있었습니다.



집안 곳곳은 불에 타 새까맣게 변해 있었습니다.



<인터뷰>김형진(형사과장/파주경찰서) : “화재사건이 발생했는데, 70대 여자 분이 사망을 했고. 1층 벽돌 슬레이트 집 네 가구가 있고요. 가운데 두 번째 집이 화재가 난 현장입니다.”



누가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까.



경찰은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두 달이 지난 어제, 유력한 용의자를 붙잡았습니다.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는 놀랍게도, 숨진 최 할머니의 아들, 53살 김모 씨였습니다.



<인터뷰>김형진(형사과장/파주경찰서) : “(사건 발생 후) 2개월 동안 심층적으로 수사를 했고, 3회에 걸쳐 (피의자를) 조사한 결과, 범행을 자백 받게 된 것입니다.”



처음엔 범행 사실을 부인했지만 김씨는 결국, 순순히 자백했는데요.



어머니를 살해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어머니의 잔소리가 듣기 싫었다는 겁니다.



<녹취>김00(피의자) : “고의적으로 (목을) 잡으려고 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죽고 싶습니다. 묻지 마십시오.”



사건이 있던 날 밤 10시쯤, 김씨는 평소처럼 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요.



어머니 최씨와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 “자고 있는데 시끄러워서. (다시) 잤는데 또 소리가 나서, 옆집에서 누가 싸우나 보다 (하고.)”



그동안 김씨를 지켜보고 있던 최씨가 ‘가진 돈을 유흥비로 탕진하지 말라‘며 김씨를 나무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이성을 잃고 격분해, 어머니의 목을 졸랐습니다.



<인터뷰>김형진(형사과장/파주경찰서) : “(피의자가) 술을 마시면 사이코패스(반인격적 장애)가 되는데 술을 마시고 그런 증세가 발동해서 어머니 멱살을 붙들고 심하게 흔들다 보니까...”



그리고는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어머니가 있던 방에 불까지 지르고 유유히 집을 빠져나왔다고 하는데요.



<녹취>김00(피의자) : “무작정 걸었습니다. 두렵고, 겁나고 그래서...”



집에 불이 나, 어머니가 사망했다며 사건 현장을 목격한 것처럼 자신이 직접 경찰에 신고를 하는 대담함을 보였습니다.



<인터뷰>김형진(형사과장/파주경찰서) : “(어머니를 살해 한 뒤) 라이터를 이용해서 방화를 했고 불이 번지자, 무서워서 일단 집에서 나온 다음에, 약 한 시간 후에 현장에서 처음 발견한 것 같이 신고를 한 거죠.”



김씨는 21년 전, 네 살배기 여자아이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 복역해왔습니다.



지난 2월, 특별감면으로 출소한 뒤,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는데요.



이 때문에 경찰은 사건이 있은 뒤, 가장 먼저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었습니다.



<인터뷰>김형진(형사과장/파주경찰서) : “피의자가 술을 먹으면 성격이 굉장히 포악해지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그 날도 술을 먹고 늦게 귀가했고 어머니를 살해할 만한 여건은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집에 불이 났을 때, 자신은 밖에 나가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김씨의 행적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추궁 끝에 김씨는 범행일체를 털어놨습니다.



<인터뷰>김형진(형사과장/파주경찰서) : “(피의자가 집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가 이미 사망해 있었다고 주장을 했지만 (사건이 있던 날 밤) 어머니와 싸웠다는 주민과 이웃 중학생의 진술이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를 살해한 김씨의 인면수심의 범행에,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 “(충격이) 말도 못했죠. 우리 식구들은 다 놀라고. 겁이 나나 마나, 무섭죠.”



지난해 11월에는 보험금을 노린 10대가 어머니와 누나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패륜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는 걸까요.



<인터뷰>이윤호(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부모님의 무관심으로 인한 상처, 또 원만하지 못한 사회생활(이 원인이고), (전과자의 경우에는) 작은 비판이나 비난도 굉장히 크게 느껴지고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그런 원인에서...”



핵가족화로, 가족 간에 유대감이 줄어드는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녹취>김00(피의자) : “어머니께 송구스럽고 죄송하고, 편히 못 모시고. 뭐라고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친어머니를 숨지게 한 패륜 방화, 살해.



경찰은 아들 김씨에 대해 존속 살해와 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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