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령’ 맞는 프랑스 연금개혁 시위 사태

입력 2010.10.22 (08:02)

수정 2010.10.22 (08:24)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프랑스의 연금개혁 입법이 상원 표결을 앞두고 최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정년과 연금수급 개시일을 각각 2년 늦추는 연금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5차례의 개별 파업에 이어 열흘째 장기 파업시위를 벌여온 노동계는 22일 가능한 최대 인원을 동원해 전국적으로 가두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특히 최근 가세한 학생들의 시위는 자동차 전복, 상점 공격과 같은 폭력 양상을 띠고 있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들을 보면 프랑스 국민은 대체로 연금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5차례의 개별 파업에 이어 열흘째 장기 파업시위를 벌이고 있는 노동계의 입장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노동계가 21일 긴급 대표회동을 갖고 빠르면 22일로 예상되는 상원의 표결 여부와 상관없이 오는 28일과 11월 6일 2차례 추가 파업시위를 벌이기로 결정한 것도 이같은 지지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프랑스의 재정적자 규모나 유럽연합(EU) 내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연금개혁을 좌초시킬 수 없다는 정부의 논리에 수긍하고 있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노동계에 대한 여론 지지가 높은 것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년을 늦추고 연금 수혜연령을 늦춘다고 해서 일반인들의 생활에 당장 타격이 오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권의 부패 스캔들이 잇따르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친기업.친부유층 정책을 펴면서 세금 인상이나 관료 연금을 손보는 대신 손쉬운 서민의 호주머니만 턴다는 인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청년들로선 정년이 연장되면 청년실업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생각과 최근의 고강도 긴축정책으로 학교와 사회가 위축되는 것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프랑스 노동계는 그동안 강도를 조금씩 높여온 파업시위에 노년층은 물론이고 노동자와 그 가족, 대학생, 고교생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참여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논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의 파업으로 주유 대란, 도로 봉쇄, 각종 공사 차질 등 프랑스의 상당 부분이 헝클어지고 마비됐음에도 국민이 노동계에 지지를 보내는 것은 최소한의 서비스를 통해 국민 불편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파업기간 내내 파리 시내 대중교통편은 30% 가까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대체로 정상운행이 이뤄져 시민들은 별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외관상으로는 파업시위로 폭력과 마비 양상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질서가 유지됐으며 이로써 국민 지지를 끌어내 정부를 압박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폭력 양상을 띠는 학생 시위에 대한 노동계의 부담도 엿보인다. 사무직 중심 노조연맹 CFE-CGC는 21일 통제가 필요하다면서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파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진정을 호소하는 노조 지도자들도 늘고 있다.

프랑스 정부로서는 연금개혁은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선 EU 평균보다 높은 연금을 줄여야 할 뿐 아니라 향후 EU 내 지도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원 통과를 끝으로 노동계의 반발이 수그러들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파업시위 추이를 보면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엘리제궁이 노조 연합전선을 파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엘리제궁은 지금까지 단합된 모습을 잘 유지해온 제1대노조 노동총동맹(CGT)과 2대노조 민주노동동맹(CFDT)을 잘못 분열시킬 경우 어느 한 쪽이 강경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일간지 르몽드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 정부가 이번 연금개혁을 마무리짓기 위해 노동계에 한 부분을 양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단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뒤 상-하원 동수로 구성된 합동위원회에서 최종 심의를 할 때 노동계가 명분을 찾을 수 있는 양보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 다른 개혁법안들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금개혁 입법은 빠르면 22일 상원을 통과된 뒤 상-하원 합동위원회에서 노동계의 입장을 세워줄 조건과 속도를 재조정하는 절차를 밟아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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