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강남 고급 아파트촌 새벽 몸싸움…왜?

입력 2010.10.22 (09:13)

수정 2010.10.22 (09:56)

<앵커 멘트>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촌에서 난데없는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이른 새벽 2백여 명이 1시간동안 뒤엉키며 싸움이 벌어졌다는데요.

이민우 기자, 왜 이런 일이 벌어 진 겁니까?

<리포트>

네, 두 아파트의 출입구 때문인데요.

한 아파트 옆에 곧 재건축 공사를 마친 아파트 가 10월말 입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출입구가 서로 가깝다 보니 혼잡해질 것을 우려해 공사를 막으려했던 거죠.

출입구가 붙어있으니 혼잡할 게 뻔하다.

적법 한 절차에 따라 공사했는데 뭐가 문제냐.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아직 채 동이 트지도 않은 새벽 4시. 건장한 남성 백여 명이 나타나더니, 이내 천막으로 거대한 옹벽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 옹벽을 방패막이로 삼아 포클레인이 한 아파트 옆에 있는 벽돌담을 부수기 시작합니다.

새 아파트의 출입구 공사를 막기 위해 쌓아놓은 벽돌담입니다.

잠시 뒤 이번엔 벽돌담을 만든 이웃 아파트 주민들이 뛰쳐나옵니다.

벽돌담을 부수지 말라며 거세게 항의하는데요.

벽돌담을 허무는 공사를 하는 사람들과 이를 막아서려는 주민들이 한 데 뒤엉키면서 고요하던 새벽의 아파트촌은 금세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인터뷰> A아파트 주민 : "새벽에 난리가 났어요. 어제 여기에 사람이 가득차 가지고..."

<인터뷰> A아파트 주민 : "무시무시한 남자들이 여기를 세 겹으로 쌓아가지고요. 주민들이 새벽에 나왔더니 이걸 벌써 다 부쉈더라고요."

날이 밝았지만 벽돌담을 둘러싼 양측의 치열한 신경전은 끝날 줄 몰랐습니다.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현장음> A아파트 주민 : "치워요. 치워!"

<현장음> A아파트 주민 : "놔요. 놔. 빨리 놔!"

이웃 아파트 주민들은 출입구 쪽 도로에 대형차를 막아 놓고 밤새 부서진 벽돌담을 다시 쌓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A아파트 주민 : "우리가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하면 이 아줌마들이 나와서 이렇게 담을 쌓겠어요."

또 상대 아파트측이 기습적으로 벽돌담을 부술 것을 대비해 주민들끼리 조까지 짜서 보초를 서고 있었습니다.

언제 또 다시 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박한 분위기였는데요.

<인터뷰> A아파트 주민 : "(담장을) 지켰어요. 계속, 날 새려면 죽겠어요. 못해요."

하지만 새로 짓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들은 이런 이웃 아파트 주민들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 B아파트 재건축 조합원장 : "구청에서 정당하게 거기가 우리 사유지라는 것을 다 알고 있어요. 한마디로 무법 지대도 아니고 이해가 안 돼요."

이런 볼썽 사나운 이웃 간 다툼의 원인은 새로 짓고 있는 아파트의 출입구 때문인데요,

재건축된 아파트의 출입구가 기존 아파트 출입구 바로 옆에 만들어져 같은 도로를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이 아파트의 인도 하나는 없어져 한 쪽 방향으로만 다니게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A아파트 주민 : "길이 이쪽 밖에 없으니까 이렇게 못가고 이렇게 돌아서 가니까 지각하고 이렇게 가면 지각하니까 차도로 다닌단 말이에요."

또 일주일 뒤부터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면 두 아파트의 차량이 몰려 더 큰 교통 혼잡이 빚어질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A아파트 주민 : "우리는 (차량이) 5000대가 왔다 갔다 한다고요. 우리는 3002세대인데 130세대가 이걸 뜯어 달래요. 이건 아니에요."

그러나 새로 짓는 아파트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출입구를 설치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또 입주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출입구 공사 시한은 촉박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용역 직원들을 불렀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B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장 : "폭력 쓰려고 그런 건 아니란 말이에요. 방패만 하고 내부에서 우리 공사하자. 그래서 결정을 지금 했다는 건 아닙니다. 낮에 (공사를) 하면은 그 일대가 차가 못 다니잖아요. 밤에 끝내야지 아침 출근 시간에 진입로로 차가 다니잖아요."

그동안 두 아파트 간에 논의가 진행돼왔지만 이런 첨예한 의견 대립 때문에 이렇다 할 결론은 내지 못한 상황인데요.

<인터뷰> A 아파트 주민 : "우리가 옛날에 다녔던 도로 그대로 주고 있던 담 그대로 달라는 얘기에요."

<인터뷰> B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 : "이 도로는 자기네 땅이라는 거예요. 이쪽은, 우리 아파트 답답합니다."

심의를 통해 이곳에 출입구를 허가해 준 구청 측도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녹취> 강남구청 관계자 :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요. 말 한마디가 상대편에게 안 좋게 들릴 수가 있어요. 부담스럽다는 거죠. (구청 쪽에서는 해결될 기미가 전혀 안 보이는 거예요?) 현재로서는 그래요."

주민들은 상대방을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아파트 출입구를 둘러싼 분쟁은 법정다툼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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