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100년 만의 주소 혁명…효과는?

입력 2010.10.27 (22:16)

수정 2010.10.27 (23:05)

<앵커 멘트>



일관성이 없이 뒤죽박죽 돼 있는 지번 주소가 이젠 길을 따라 차례,차례 번호가 붙는 도로명 주소로 완전히 바뀝니다.



정부는 전국 2천 600만개 건물에 새로운 주소를 일일히 부여하고 오늘부터 안내에 들어갔습니다.



이슈앤 뉴스 오늘은 새롭게 바뀌는 국가주소 체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먼저 일제 강점기 때부터 100년 가까이 사용해 온 지번 주소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국현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긴급 환자 신고를 받은 119 구급대원들이 출동합니다.



현장은 2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곳.



하지만 골목길에 들어서자 집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번지 수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녹취>구급대원 : "여기가 23이니까 25가 근처인데..."



결국, 5분이면 될 것을 15분이나 걸렸습니다.



실제 일어나는 상황을 설정해 본 것이지만 아찔하기만 합니다.



<인터뷰>문성헌(영등포소방서 119구급대원) : "번지수만 갖고 찾기는 힘들어요. 보호자하 고 계속 통화를 하면서 특정 골목이나, 특정 가게..."



특히 많은 집들은 주소를 적어놓지 않거나 적어놓더라도 이렇게 매직으로 제각기 적어놓고 있어 번지수만 갖고 집을 찾기란 더더욱 어려운 실정입니다



119구급대도 헤매는데 외국인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한국에 온지 1년 된 외국인에게 살고 있는 곳 주변의 주소 하나를 주고 직접 찾아가도록 했습니다.



<녹취>마리연(독일인) : "여기 맞아요. 찾았어요"



집에서 불과 3백 미터 떨어진 곳, 그러나 찾기까지 한 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인터뷰>마리연(독일인) : "번호 봐도 어떻게 가는지 하나도 몰라요. 지도 있어도 너무 복잡해요. 길 이름 없으니 확인도 할 수 없어요"



<앵커 멘트>



앞서 보신 것처럼, 시간 허비도 문제지만 위급 상황에서 길 찾다가 자칫 아까운 생명을 놓칠 수도 있겠죠, 신진국 들의 주소 체계는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요?



임장원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뉴욕 맨해튼에서 한국영사관의 주소만 들고 택시를 타봤습니다.



주소를 불러 주자 내비게이션 단말기도 없 는 택시가 곧바로 건물 앞까지 찾아갑니다.



<인터뷰> 넬슨(택시 기사) : "차가 다니는 도로를 중심으로 주소가 설계돼있어서 찾기가 쉽죠."



미국의 주소 체계는 도시명과 도로 이름, 건물번호로 구성됩니다.



도로 이름만 알면 건물 번호는 도로 한 편이 홀수, 반대 편은 짝수 순으로 매겨져 있어 찾기가 쉽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등 OECD 회원국 대부분이 이런 도로 명 주소를 쓰고 있습니다.



<인터뷰> 펄코치오(뉴욕대 도시교통연구소장) : "주소 체계의 기본 원칙은 최대한 단순하게 설계하는 것입니다."



도로 지도와 주소만 있으면 어디든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선진국 들의 주소 체계에 담긴 핵심 원칙입니다.



<질문>



우리도 주소 체계를 국제기준에 맞춰 바꾸기로 하고 오늘부터 각 가정과 건물 소유자에게 새 주소 안내를 시작했죠,



김철민 기자,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주시죠!



<답변>



실제 지명을 보면서 설명을 해 드리는게 이해가 빠르겠습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113 번지 일대 항공 사진입니다.



현재의 지번식 주소를 보면, 이렇게 각 건물들의 번지수가 일관성이나 연속성이 없이 매겨져 있습니다.



주소만 갖고는 특정 위치의 건물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구좁니다.



각 건물들이 세워진 순서에 따라 번지수를 매기다보니 뒤죽박죽 엉켜 있는 것입니다.



이 지역에 새로운 도로명 주소가 부여됐는데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이 일대를 관통하는 가장 큰 길을 ’사평대로’라 부르게 됩니다.



’대로’ 라는 명칭은 통상 폭 40 m 이상 또는 8 차로 이상의 도로에 붙는데요



이 대로를 기준으로 좀 더 작은 길은 00로 또는 ’00 길’이란 명칭을 붙입니다.



따라서 이 지역은 사평대로를 따라서 다시 6 길,8 길,10 길 이렇게 세분되구요.



이 세분화된 길을 따라 왼쪽 건물엔 홀수 번호를, 오른쪽엔 짝수 번호를 각각 부여한 것입니다.



전국의 모든 건물에 새로운 주소가 부여됐고, 2012 년 1 월 1 일부터 이 주소로 바꿔 사용하게 됩니다.



내년에는 우선 기존 주소와 병행해서 사용해 보겠지만 완전히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혼란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반면 위치 찾기가 쉬워져 사회 경제적 비용은 크게 절감할 수 있습니다. 김상협 기자가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10여년 째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심건택 씨는 새 도로명 주소가 적힌 지도 보다는 여전히 예전 지도를 사용합니다.



서울 금천구가 새 주소 시범사업 지역이어서 이미 도로명 주소가 부여돼 있지만 익숙치 않은 고객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녹취> 심건택(부동산중개인) : "집을 계약할 때 구 주소를 쓰기를 원할 거 에요. 왜냐하면 신 주소를 쓰면 그게 어디 인지 제대로 파악이 빨리 안되기 때문에..."



이런 불편과 혼란이 따르더라도 기대되는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방문자가 길을 헤매는 데 드는 시간 비용과 길을 물어보기 위한 전화 요금, 차량 유류비용 등 1년에만 4조 2천억원을 아낄 수 있다는 겁니다.



새 주소 사업에는 모두 3천 58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인터뷰> 강영옥(교수/이화여대 사회 생활학과) : "물류나 택배나 배송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도 위치를 찾아 배달하기 쉬워졌고 응급이나 재난 때 서비스를 해주기가 쉬워지는 효과가..."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도 지금보다 더 정확하게 길 안내를 할 수 있게 돼 위치기반 서비스 산업의 발전도 기대됩니다.



KBS 뉴스 김상협입니다.



<쌍방향 예고>



최근 전셋값이 많이 올라 세입자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 쌍방향 이슈 앤 뉴스에서는 전셋값 급등 실태와 그 해법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KBS 홈페이지에서 시청자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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