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치아 모자 “첫 경기 만족…올림픽 목표”

입력 2010.12.14 (11:52)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와 큰 무대에서 경험한다는 자체가 기쁜 거죠. 계속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하면 좋겠어요"

2010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아들 김한수(18)와 함께 출전한 윤추자(50) 코치는 누구보다도 들떠 있다.

평범한 어머니였던 윤 코치는 아들에게 취미를 갖게 해주겠다는 바람에서 시작한 보치아에 이제 모든 것을 걸었다. 첫 아시안게임 무대가 누구보다도 벅차다.

뇌성마비 장애인인 김한수는 주몽학교 5학년 때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성현을 보고 보치아를 시작했다.

보치아는 사지에 심한 장애가 있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로 흰색 표적구 쪽에 색깔이 있는 공을 던져 가장 가까이 던지면 이기는 경기다.

김한수는 중증 장애가 있는 선배가 세계 대회에 나가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고 온 것을 보며 보치아에 흥미를 느꼈다.

윤 코치는 "단지 아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 취미를 즐기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꿈을 갖고 도전하는 것이 부럽고 신기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그러다 보치아 선수로 진로를 결정한 것이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도 아들 뒷바라지를 하다가 코치까지 하게 됐다.

운동이 취미에서 일로 바뀌면서 갈등과 좌절은 커졌다.

윤 코치는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국내대회에서도 성적에 따라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게 현실"이라면서 "'비전'으로 아이를 평가하게 되는 것이 속상했다"며 힘든 나날을 돌아봤다.

뇌성마비가 있고 워낙 중증이다 보니 일일이 돌봐줘야 하기 때문에 윤 코치가 느끼는 육체적인 피로도 말할 수 없었다.

그는 "힘들어서 수십 번도 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목표가 없었다면 진작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치아 모자'의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봤다. 김한수는 지난해 국가대표에 처음 선발된 이후 아시아 남태평양 선수권대회 금메달 올해 리스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인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3일 열린 아시안게임 첫 경기에서도 마카오 선수를 13-0으로 가볍게 누르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1994년부터 베이징 아태대회 이후 한 차례도 종합 1위를 빼앗긴 적이 없는 한국 보치아 대표팀은 올해도 5연패를 바라보고 있다. 김한수도 힘을 보탠다는 각오다.

윤추자 코치는 "첫 경기를 잘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선 결승에 진출하고 그 다음에는 메달이 목표"라고 밝혔다.

어머니에게 말을 할 수 없는 아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컴퓨터로 마음을 표현한다.

윤 코치는 "한수가 손이 불편하지만 저에게 '올림픽을 위해 노력할 테니 엄마도 무엇을 해달라'는 식으로 속마음을 전한다"면서 "세계대회에서 만난 선수들과 소셜네트워크에서도 소통을 하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물론 올림픽이지만 아들이 운동을 통해 세상 밖으로 발을 딛은 자체가 어머니에게는 기쁨이다.

윤 코치는 "이번에 아이가 많은 것을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면서 "같은 목표를 향해가고 있으니 흔들림없이 차분하게 가자고 말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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