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북한…‘험로’ 예상되는 김정은 후계체제

입력 2010.12.24 (08:06)

혈통 앞세운 `27세', 후계 착근 쉽지 않을듯
당ㆍ군 핵심요직 추가 장악 전망‥군 최고사령관까지?

북한은 2010년 가을 본격적인 권력승계에 착수할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이 44년만에 소집된 9.28당대표자회에서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라 후계자 지위를 공식화한 것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2011년은 북한에 힘겨운 한 해가 될 것 같다. 스스로 정한 `강성대국 원년'(2012년)이 코앞으로 다가온데다 후계체제 구축에도 속도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김정은 후계의 공식화는 9.28당대표자회 전날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는 것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실제로 군대를 지휘하는 `대장'이라기보다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자리에 앉기 위한 `상징적 계급장'이란 의미가 강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2011년에는 김정은이 후계자 지위를 좀 더 굳건히 하기 위해 당과 군의 핵심 요직을 추가로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힘 있는 자리를 더 차지한다고 해서 김정은 후계구축이 술술 풀려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내세울 것이라곤 `김일성 주석의 직계 손자'라는 혈통밖에 없는데다 나이도 27세에 불과해, 북한의 엘리트 계층은 물론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거의 반세기만에 열린 9.28당대표자회는 김정은 후계를 공식화하고, 후계체제를 보필할 인적구조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정은과 나란히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라 `군서열 1위'를 굳힌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비롯, 당 비서 겸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기용된 최룡해(전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 인민군 대장 칭호와 함께 정치국 위원으로 승격된 김경희(당 경공업부장.김정은의 고모), 정치국 후보위원과 당 중앙군사위 위원 타이틀을 추가한 장성택(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김경희의 남편) 등이 대표적인 `김정은의 사람들'이다.

그후 김정은은 당창건 65주년(10월10일) 열병식 같은 주요 행사의 주석단에 모습을 보이며 대내외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러나 김정은 후계체제는 태생적으로 몇 가지 심각한 약점을 안고 있어 뿌리를 내리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무엇보다 연장자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강한 북한 사회에서 경험도 일천한 27세의 후계자를 주민들이 심정적으로 받아들일지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 1980년 10월 제6차 당대회에서 당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르면서 후계자로 공식 등장했는데 그때 나이가 이미 김정은보다 10살 이상 많은 39세였다.

그 이전에도 김 위원장은 1973년 9월 당 비서(조직 및 선전 담당)로 추대된 뒤 이듬해 2월 당 정치위원에 오르면서 후계자로 확정되는 등 권력승계 절차를 차근차근 밟았고, 공식 후계자가 되기 전까지 측근 세력을 구축하면서 충분한 `후계수업'을 받았다.

김정은이 김일성 주석과 비슷하게 외모를 꾸미는 것에도 후계자로서 불안심리가 깔려 있다는 말이 나온다. 워낙 내세울 것이 없다 보니 북한 주민들 사이에 아직 카리스마가 살아 있는 `할아버지의 후광'에 기대려한다는 얘기다.

아직 국가통치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2008년 뇌질환으로 쓰러져 한때 심각한 상태까지 건강이 나빠졌던 김 위원장이 언제까지 후계체제를 뒷받침해줄지도 불투명하다.

2011년에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부쩍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지금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직함만 갖고 있는 김정은이지만 내년에는 당의 최고 요직인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조명록(전 인민군 총정치국 국장) 사망으로 공석이 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그럴 듯하게 제기된다.

북한이 군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체제인 만큼, 김 위원장이 군 최고사령관 자리를 김정은한테 넘겨줄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북한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권위는 한 치의 손상이나 도전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인 것이다.그런데 `선군체제'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최고사령관직을 김정은한테 넘겨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북한이 권력승계에 쫓기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외교 분야에서도 김정은의 보폭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지난 10월 당창건 65주년 기념일에 맞춰 방북한 저우융캉(周永康)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 위원장을 만나, `북한 새 지도부'의 방중을 희망한다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뜻을 전했다. 여기서 `북한 새 지도부'의 핵심 인물은 당연히 9.28당대표자회에서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은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후계자로서 김정은의 카리스마가 약한 만큼 반사적으로 권력세습을 정당화하는 우상화 작업이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남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에는 이미 11월 초 "김정은 청년대장을 우러러 폭풍 같은 `만세'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는 식의 노골적인 우상화 찬양이 등장했다. 또 김정은의 초상화가 배포됐다거나, 평양 조선혁명박물관에 `김정은관'이 만들어졌다는 등의 소식이 대북매체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별로 내세울 것 없는 권력승계자를 놓고 단기간에 후계기반을 다져가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불만이 각종 유언비어를 타고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유고' 같은 비상사태가 터지지 않는 한 불만세력이 후계체제를 위협할 정도로 가시화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당과 군의 핵심 요직을 김정은이 추가로 차지하는, 실질적 권력 이양이 내년에는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면서 "김정은 후계체제에 반하는 기류가 생기더라도 불만세력으로 조직화되기 어려워 민심 동향을 결정적 변수로 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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