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감격의 무대…‘음악은 내 운명’

입력 2010.12.31 (09:03)

수정 2010.12.31 (10:47)

<앵커 멘트>

올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던 남자의 자격 합창단 기억하시죠?

다양한 직업의 아마추어들이 함께 하모니를 이뤘기에 더 의미 있지 않았나 싶은데요.

이게 단지 TV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닙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악기를 연습하며 오케스트라로 함께 활약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요.

정수영 기자, 이들이 모두 아마추어들이기에 더 특별하다죠?

네, 그렇습니다.

국립공원 관리원, 열대의학 교수, 모두 음악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죠.

이렇게 음악과 동떨어진 일 하는 분들이 오케스트라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자에 도전했습니다.

내 손으로 꼭 연주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숱한 난관을 뛰어넘어 마침내 오른 첫 공연 무대가 어젯밤 열렸습니다.

<리포트>

지난 17일, 세종문화회관. 공연이 다 끝난 늦은 시각에도 연습실이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세종나눔앙상블 단원들이 새 식구를 맞아 첫 합주 연습을 하는 날입니다.

새로운 바이올린 연주자 김지혜 씨는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바쁜 시간을 쪼개 가며 남몰래 혼자 바이올린을 켜다 무대에 오르겠다는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오케스트라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인터뷰> 김지혜(세종나눔앙상블 2기 단원) : "무대 위에 올라갔을 때 (합주가) 딱 맞았을 때 그 순간의 전율이 굉장히 필요해서 하고요, 정기적인 연습과 개인지도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지혜(세종나눔앙상블 2기 단원) : "오디션을 잘 못 봐서 떨어졌을 거로 생각했는데 굉장히 기뻤고요, 열심히 활동해 보려고요. 좋은 기회 주셨으니까."

오디션이라는 첫 관문은 통과했지만 갈 길이 멉니다.

새로 합류한 첼로 연주자 용태순 씨는 올해 51살로 최고령 단원입니다.

<인터뷰> 용태순(세종나눔앙상블 2기 단원) : (뭐가 잘 안되세요?) "(소리를) 가볍게 하는 거 조금 어렵고, 음정... 기본이 다 어렵죠."

용태순 씨는 현재 대학에서 열대의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벌써 20년째 강단에 서왔지만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연구에, 강의준비에 하루 24시간이 빠듯하지만, 첼로 연습은 하루도 빠뜨린 적이 없었습니다.

<인터뷰> 용태순(세종나눔앙상블 2기 단원) : "바쁘기 때문에 엄두를 못 냈었는데, 할 수 있을 때 해보자, 두 달 하다가 그만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첫 합주 연습을 하는 날.

혼자 연습하던 습관 때문일까요.

아직은 단원들끼리 호흡이 잘 맞지 않는데요.

답답한 심정에 마음만 조급해집니다.

<녹취> "조금 (소리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세 명 정도 있어요. 그것(악장 끝을) 좀 짧게 (연주) 해서 (소리) 맞춰 주세요."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첫 연주회. 연습은 늦은 밤까지 계속됐습니다.

<인터뷰> 김지혜(세종나눔앙상블 2기 단원) : "오늘이 굉장히 봐주면서 해주시는 연습이라고 하는데 집에 가서 개인 연습을 좀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오늘은 공연 전, 마지막 연습이 있는 날인데요.

제법 가까워진 단원들, 연습에 들어가기 전, 서로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요,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자, 그동안 갈고 닦아온 실력을 발휘합니다.

지휘자의 지휘봉이 멈추지 않고 부드럽게 연주를 이끌어 가는데요.

단원들의 눈빛은 더 진지해졌고요, 표정에서도 한결 여유가 느껴집니다.

<인터뷰> 이선영(세종나눔앙상블 지휘자) : "훨씬 많이 나아졌죠, 일주일 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아주 출중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어서..."

마지막 연습을 만족스럽게 마쳤는데요.

내일도 실수 없이 이렇게 공연을 할 수 있을까요?

드디어 공연 날이 밝았는데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첫 연주횝니다.

관람객들도 하나 둘 자리를 채웁니다,

연주시간은 점점 가까워져 오고! 생애 첫 무대에 오르는 단원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인터뷰> 김지혜(세종나눔앙상블 2기 단원) : "슬슬 떨리기 시작하는데요, 무대 (올라) 가서 그만큼 즐겁게 하다가 내려오면 좋은 결과 있을 것 같아요."

무대에 오를 시간입니다. 밝은 조명과 객석의 힘찬 박수가 초보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맞아주는데요.

떨리는 마음을 안고 무사히 공연을 마치길 기도합니다.

기다리던 공연이 시작됐는데요.

최고령 도전자 용태순 씨도, 어릴 적 꿈을 이루고 싶은 김지혜 씨도 온 힘을 다해 최선의 연주를 펼칩니다.

어느덧 관객들과 하나 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단원들.

멋진 앙상블을 이뤄낸 초보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집니다.

<인터뷰> 김지혜(세종나눔앙상블 2기 단원) : "저 자신에게도 그렇고 제 가족에게도 그렇고 모두에게 선물이 된 그런 의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의 꿈에 당당히 도전장을 낸 사람들. 부족하고 서툰 실력을 딛고 뜨거운 열정으로 진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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