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튀니지발 민주화 어디까지?

입력 2011.01.26 (22:06)

수정 2011.01.26 (22:52)

<앵커 멘트>



지금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는 이른바 튀니지발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우리 시각으로 어젯밤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습니다.



먼저 이집트 카이로에서 이충형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시민 수만 명이 카이로 도심으로 뛰쳐나왔습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장기 집권 30년째, 비상계엄령 밑에서도 사상 최대 규모 시윕니다.



<녹취>"물러나라,물러나라! 무바라크 대통령은 물러나라!"



갈수록 불어난 시위대, 경찰 저지선은 이내 뚫리고 분노한 시민들은 대통령 궁으로 향했습니다.



독재는 물러가라는 함성이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30년 동안 억눌려온 성난 민심이 봇물이 터지듯 분출했습니다.



시내 곳곳이 화염에 휩싸이고, 경찰 차량에 올라타거나 돌을 던졌습니다.



<인터뷰>아셰라프 바드르 : "자유와 인권,잘못된 법의 개정을 요구합니다.우리가 모인 이유입니다."



이집트 전역에서 일어난 충돌로 3명이 숨졌습니다.



<인터뷰>마루아 사아바 : "우리는 이집트 정부와 관리들에게 혁명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미 분신 시위까지 잇단 상황, 30년 철권 통치가 막을 내릴지, 저항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집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요구는 23년에 걸친 독재체제를 몰아낸 튀니지 재스민 혁명의 여파가 지금 거세게 인접국으로 몰아치고 있는 것인데요,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는 모리타니,예멘,수단 알제리, 이집트를 거쳐 시리아와 요르단까지 그야말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대개 장기 독재체제 하에서 높은 물가와 실업률 등 피폐한 경제 상황에 놓인 국가들인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70년 전태일 열사의 분신으로 한국에서의 노동과 민주화 운동이 시작됐다고 얘기할 수 있듯이 튀지니에서도 한 20대 노점상의 분신이 오늘의 사태를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이들 국가들에서도 시위대의 분신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다만,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키리크스의 튀니지 독재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폭로가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 상황과는 격세지감이 있습니다.



계속해서 위키리크스의 진앙지라고 할 수 있는 런던을 연결하겠습니다.



<질문> 김태선 특파원! 이번 사태의 도화선을 위키리크스의 폭로와 인터넷을 통한 확산에서 찾는 시각이 많은 것 같아요?



<답변>



네, 이번 튀니지 혁명 과정에서 인터넷이 촉매 역할을 했는데요,



튀니지의 젊은이들 페이스북과 트위터같은 소셜 네트워크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위를 조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대통령 일가의 부정부패가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되고, 트위터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노점상 부아지지의 분신도 사이버세상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튀니지 혁명은 페이스북 혁명으로도 불립니다.



<인터뷰> 타렉 메키(튀니지 망명자) : "우리에게 얘기해주는 미디어는 끝났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직접 보고, 관찰하고 사진을 찍은 다음 그걸 내보냅니다."



이번 혁명이, 이집트 등 인접한 다른 장기 독재국가들로 확산될 것인지, 유럽나라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전 국민의 18%가 페이스북에 가입한 튀니지와는, 일단 상황이 좀 다른 것으로 보는 분위깁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의 추가 폭로가 이어질 경우 상황은 예단키 어렵습니다.



어산지의 말대로 아직은 1% 남짓만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지금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 번지고 있는 민주화 요구를 보면, 2천년대 초중반 중앙아시아 지역을 휩쓴 민주화 바람이 생각나는데요,



당시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을 축출한 그루지아의 장미혁명, 선거부정에 항의해 재선거를 성사시킨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 그리고 부정 부패에 만연된아카야브 대통령을 몰아낸 키르키즈스탄의 튤립 혁명이 그것입니다.



지금 이들 국가들은 완전한 서구식 민주화를 이뤘다고 할 순 없지만 민주화의 성장 단계에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질문> 이충형 특파원! 튀니지는 일단 벤알리 대통령을 축출했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아직도 진행 중인데요,어떻게 전망하나요?



<답변>



네,튀니지 같이 정권 축출로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숩니다.



나라마다 독재의 뿌리가 깊고, 그만큼 체제 유지의 내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도미노식 민주화 바람은 피할수 없는 추세로 보고 있는데요,



빈곤과 실업 등 경제난도 맞물려, 오랜 독재와 왕정이 봇물 같은 민주화 요구를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중앙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정치개혁을 주도할만한 야당 세력이 성장하지 못해 폭발력은 강하지만 이후 민주주의 이행을 맡을 대안 세력이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여기다 오랜 이슬람 전통때문에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보하는데까지 멀고 험한 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지금까지 카이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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