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재두루미 월동지…개체 수 급감

입력 2011.01.26 (22:06)

<앵커 멘트>

파주 민통선에선. 화난 농민들이 논을 갈아 엎었습니다.

이 탓에 천연기념물 재두루미떼만 갈 곳을 잃었다는데 어찌된 사연인지 용태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년 전만 해도 수십 마리 재두루미가 겨울을 나던 곳입니다.

지금은 텅 비었습니다.

근처를 한참 돌아다닌 끝에 겨우 재두루미 두 가족을 찾았습니다.

재두루미들이 눈 속 볏짚을 파헤치며 부지런히 먹이를 찾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온몸이 하얀 두루미 한 마리도 눈에 띕니다.

올해 파주 민통선 지역에서 발견된 재두루미는 모두 열여섯 마리, 2년 전 백여 마리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먹이를 찾을 수 있는 논이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 원인 가운데 하납니다.

농민들이 추수가 끝난 논을 갈아 엎어버린 것입니다.

<인터뷰> 김승호(DMZ 생태연구소장) : "낙곡이 땅속으로 다 들어가기 때문에 먹을 것이 전혀 없어지게 되고 특히 이렇게 깊어지면 새들이 활동하기에 불편한 형태가 돼버리거든요."

철새를 위해 농민들에게 보상금을 주고 볏짚을 그대로 두게 하던 볏짚존치 예산이 대폭 삭감되자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은 것입니다.

<인터뷰> 파주 민통선 주민 : "볏짚을 팔아먹어야 되는데, 팔아먹지도 않고 그냥 쏟아놨는데 볏짚 값을 못 받으니깐, 화가 나니깐, 철새 오는 거 좋아하지도 않으니깐 갈아엎는 거죠."

볏짚존치예산은 지난 2002년 2억 원에서 시작해 2009년 20억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국회에서 10억으로 삭감됐고 올해도 9억으로 줄었습니다.

순천만의 논에는 추수한 뒤에도 볏짚과 낙곡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최덕림(순천시 경제환경국장) : "이렇게 함으로 해서 여기서 밑에 있는 생물이 다양하게 살 수가 있어요. 먹이나 벌레나 이런 것이, 그 벌레도 새 먹이가 되는 거죠."

순천시도 정부 지원 예산이 삭감됐지만 시 예산 7억 원을 들여 볏짚을 논에 그대로 둔 것입니다.

이렇게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에 순천만의 흑두루미는 15년 전 70여 마리에서 올해는 5백2십여 마리로 크게 늘었습니다.

같은 철새 월동지였지만 지금 여기 파주와 순천만의 풍경은 전혀 다릅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새들이 좀 더 우리에게 가까이 올 수도, 아니면 영영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KBS 뉴스 용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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