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말 뿐인 ‘문화 콘텐츠 시대’

입력 2011.02.10 (07:10)

수정 2011.02.10 (07:27)

[김은미 객원 해설위원]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 30대 젊은이의 죽음이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 질병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데다 굶주린 상태에서 죽음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젊은이가 우리나라 문화예술계 최고의 엘리트를 양성하는 학교를 졸업하고 장래가 기대되는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였다는 점입니다.

굴뚝이 아닌 문화가 경제를 이끄는 문화산업의 시대이고 문화콘텐츠가 미래 우리를 먹여 살릴 신 성장동력이라는 말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는 대중음악이나 영상산업 뿐 아니라 순수 문화 예술의 영역에서도 우리 창작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선전하고 있어 우리 모두 문화산업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다른 분야와 달리 예측불가능성이라는 문화산업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될지, 누가 흥행작가가 알 수 없습니다. 수천만 번의 실패 속에서 성공한 작품 하나에 소비가 집중되고 수퍼스타만이 살아남습니다. 겉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창작인들 전체의 평균 소득 수준은 연봉인지 월봉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열악합니다.

해리포터의 작가인 조안 롤링도 오랫동안 가난한 무명 작가였습니다. 무명작가로 삶을 마치는 사람도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무명의 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계속하지 않았더라면 해리포터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수많은 무명 창작인들의 다양한 시도와 실험과 실패가 토대가 되지 않고서는 큰 작품도 나올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빛을 보지 못한 다양하고 무수한 작품들이 자양분으로 깔려야만 문화산업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무수한 실패와 실험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하는데서문화산업의 장기적인 육성정책이 출발해야 합니다. 문화산업의 영역 안에 있는 인력들 뿐 아니라 아직 이 영역안으로 진입하지 못한 창작인들을 구조적으로 보호하는 정책적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한 편으로는 블록버스터가 문화시장의 지평을 넓히고 또 한 편으로는 다양한 실험작들이 창조력의 내공을 유지할 때 우리의 문화산업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한 젊은이의 애석한 죽음 앞에서 문화 콘텐츠의 시대라는 말이 빈 구호처럼 초라하게 들리지 않도록 문화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철저하게 점검해야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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