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에 희망 준 선전 ‘포천의 기적 계속’

입력 2011.05.18 (22:50)

수정 2011.05.18 (22:52)

KBS 뉴스 이미지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꿈꾸던 포천시민축구단의 도전을 일단 올해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들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포천시민구단은 18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1 하나은행 FA컵 32강전 원정 경기에서 대회 3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K리그의 강호 수원 삼성에 1-3으로 졌다.



포천시민구단은 3부리그 격인 챌린저스리그(옛 K3리그) 팀으로는 유일하게 32강에 올랐다.



1999-2000시즌 프랑스 FA컵에서 슈퍼마켓 주인, 정원사, 수리공, 체육 교사 등으로 구성된 4부 리그 팀 칼레가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변을 연출한 것처럼 이들도 아마추어 반란을 꿈꿨다.



하지만 수원은 쉽게 넘어서기 어려운 벽이었다.



다른 챌린저스리그 팀과 마찬가지로 포천시민구단 선수들도 고교나 대학 졸업 후 프로팀의 눈길을 받지 못했거나,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에서 뛰다 밀려난 이들이 주축을 이룬다.



대부분 생계를 위해 직장생활을 하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 모여 공을 찬다. 병역문제를 해결하려고 연고지 내 방위산업체나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축구선수의 꿈을 이어가는 이들도 많다.



월급은 직장에서 받고 팀에서는 하루 1만원의 훈련수당과 많지 않은 승리수당을 받을 뿐이다.



이날 포천시민구단 선수들은 경기를 치르려고 일터에 휴가를 냈다.



경기 전 만난 이수식 포천시민구단 감독은 "선수들에게 ’승패를 떠나 챌린저스리그를 대표해 멋진 경기를 보여주자. 챌린저스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자’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이 감독도 승리에 대한 욕심까지 버린 것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지난 14일 아산과의 챌린저스리그 9라운드 아산시민구단과의 홈 경기(4-2 승) 때 수원 관계자가 관전하러 온다는 소식을 듣고 출전선수 명단에 변화를 줬다고 한다.



FA컵 1라운드에서 지난해 전국대학축구대회 우승팀인 고려대를 4-1로 제압하고 2라운드에서 동국대에 3-1로 역전승을 거둘 때 주축으로 뛰었던 일부 선수들을 빼고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수원과 대결에는 고려대, 동국대를 꺾은 멤버 그대로 내보냈다.



이 감독은 또 주로 후반 조커로 활용하던 2라운드 최우수선수(MVP) 이후선이 하도 자신 있게 ’선발로 내보내 달라’고 말하기에 부탁을 들어줬다.



수원도 브라질 출신 공격수 마르셀을 비롯해 최성국, 미드필더 박종진, 수비수 곽희주, 골키퍼 정성룡 같은 주축 선수들이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포천시민구단 선수들은 대등하게 맞서며 전반을 0-0으로 끝냈다.



가족과 직장 동료 등 100여 명의 포천시민구단 응원단도 빨간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K리그 최고의 ’열혈’ 서포터스인 수원 그랑블루의 조직적 응원에 대응했다.



수원의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자 전반 31분께 수원 응원석에서는 ’정신차려 수원’이라는 구호가 들릴 정도로 포천시민구단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경험과 체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채 후반에 내리 세 골을 내주고 무릎을 꿇었다.



그래도 이미 승부가 기운 후반 43분 김영중이 만회골을 터트려 올 시즌 챌린저스리그 선두팀으로서 자존심을 세웠다.



장애인복지시설인 포천 나눔의집에서 공익근무를 하는 김영중은 경기 후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무대에서 뛰면서 골까지 넣어 기분 좋다"면서 "집중력과 체력싸움에서 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성효 수원 감독은 "상대는 3부리그 팀이지만 선수들이 마음먹고 경기를 한다는 점에서 염려했는데 현실로 나타났다. 상대 선수들의 파이팅이 좋았다"며 쉽지 않은 승부였음을 토로했다.



올해 1월부터 포천시민구단의 지휘봉을 잡은 이수식 감독은 "오늘 경기를 통해 챌린저스리그가 공격적이라는 사실을 팬들이 확인할 수 있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이어 "더 보여줄 것이 많았는데 아쉽다"면서 "내년에는 잘 준비해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