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연비를 20% 높여 ’꿈의 항공기’라 불리는 보잉 787, 바로 이런 실로 기체의 절반을 만들었습니다.
가볍지만 강철보다 강한 탄소섬유 인데요.
세계 섬유산업은 이런 첨단 섬유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 섬유산업도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요.
먼저, 오늘 ’섬유의 날’을 맞아 우리 섬유산업이 걸어온 길을 임종빈 기자가 정리해 봤습니다.
<리포트>
섬유 산업의 첫 외화벌이는 1959년 미국으로의 스웨터 3백장 수출.
1919년 민족자본 10만 원으로 경성방직이 세워진 뒤 40년 만의 일입니다.
이후 80년대 초까지 섬유는 줄곧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담당하며, 명실상부한 효자산업의 자리를 지킵니다.
<녹취>차경남(봉제공장 37년 운영) : "내수든 수출이든 다 바빴어요. 내수는 입고 먹는게 부족한 시절이었고, 수출은 싼 인건비로 수출을 많이 하고 그러다보니까."
1987년엔 단일 종목으로는 처음으로 수출액이 100억 달러를 넘었지만 2000년에 정점을 찍은 뒤 10년 동안은 줄곧 침체기가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값싼 노동력을 찾아 방직공장 천 2백여 곳이 중국과 동남아로 이전됐고 한때 의류 수출의 60%를 담당했던 동대문 일대 봉제공장들도, 근처 소규모 작업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녹취>김순임(30년 경력) : "사람들이 많이 안 오려고 그래요. 일도 힘들도 하니까요. 기본적으로 20년 이상 씩은 합니다."
다시 맞이한 섬유의 날, 위기를 넘기 위한 혹독한 체질 개선이 없으면 세계 7위의 섬유 수출국 자리도 머지않아 흔들릴지 모릅니다.
<앵커 멘트>
과거 섬유 산업을 이끌었던 동력이 값싼 노동력이었다면 지금은 역시 첨단 기술이겠죠.
위기 극복을 위해 과학과 손을 잡은 이른바 신(新)섬유를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임종빈 기자가 소개합니다.
영화 속 배트맨이 입고 있는 옷은 총알이나 화염도 막아냅니다.
탄소 섬유로 만든 아이언 맨의 옷은 각종 첨단 기계들이 결합한 ’입는 컴퓨터’로 불리죠.
이처럼 IT 기기들과 직접 결합한 이른바 스마트 섬유와 충격과 열에 강한 슈퍼 섬유가, 신섬유 분야의 대표 주자인데요.
이 밖에 나노 섬유와 친환경 섬유 등 신 섬유의 시장규모는 현재 2000억 달러인데 앞으로 5년 안에 3배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가장 주목받는 신섬유는 탄소섬유입니다.
바로 이 자전거가 탄소 섬유로 만들어졌는데요.
강철보다 10배는 강하지만 무게는 5분의 1 정도여서 이렇게 가볍게 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현재 세계 신섬유시장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도 무서운 속도로 그 뒤를 쫓고 있는데요.
김세정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국내 최초의 탄소섬유 차입니다.
보닛이 한 손으로 들릴 만큼 가벼워, 차체 무게가 80킬로그램 줄었습니다.
하지만 강도는 발로 밟아도 푹 패이지 않을 정도로 단단합니다.
<녹취> 국윤수(전주 기계탄소기술원 연구원) : "탄소섬유 소재를 사용한다면 연비 성능이나 가속 성능 개선..."
1300도씨 열에도 타지 않는 탄소섬유, 우주 항공 소재로부터 생활재까지 활용도가 높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습니다.
세계 시장의 70%를 독점해 온 일본 업체들에 맞서 최근 국내 기업이 탄소섬유 생산에 성공했습니다.
<인터뷰> 한광석(효성기술원 상무) : "2013년부터 대량 생산할 예정입니다. 2020년까지 1조2천억 원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어른 두 명이 매달려도 될 정도로 탄소 섬유보다 강도가 높은 초고강도 폴리에스테르 섬유.
국내 중소기업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했습니다.
열에 강해 소방복 등에 사용되는 신소재 아라미드 섬유도 국내에서 본격 생산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신재(전주기계탄소기술원장) : "소재 산업에서 일본에 모든 돈이 빨려들어가고 있는데, 이 소재산업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다."
전통의 섬유업계가 첨단 신소재 사업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섬유 산업이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려면 최첨단 섬유 못지않게 의류, 패션 산업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세계에 내놓을 만한 강력한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보도에 최대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3만 5천여 개 점포에 10만 명이 일하는 동대문 쇼핑 타운, 2000년대 중반까지 중,저가 패션 시장을 주름잡았지만, 요즘 경기는 예전만 못합니다.
17층짜리 이 대형 쇼핑몰도 5년째 빈 건물로 남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이 지역 22개 쇼핑몰의 점포 10곳 중 3곳은 비어 있는 상태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막강한 자본력과 높은 인지도를 앞세운 글로벌 SPA, 이른바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등장입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1, 2주 만에 바뀌는 최신 디자인을 무기로 지난 5년 새 매출이 77%나 늘었습니다.
<인터뷰>김혜영(서울 화곡동) : "값도 싸고 신상품도 빨리 만날 수 있고 한 곳에 다 모여 있기 때문에 쇼핑하기가 편해요."
그렇다고 고가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도 아닙니다.
천 백여 개 국내 패션 브랜드 중, 세계적 수준에 오른 것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인터뷰>원대연(한국패션협회장) : "CEO의 철학, 디자인 능력 제품력, 그 다음에 마케팅 능력이 종합적으로 융합됐을 때 좋은 브랜드가 나옵니다."
패션산업이 우리 섬유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선 세계인이 먼저 찾는 대표 브랜드를 키우는 일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최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