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귀농 열풍…농촌이 달라졌다

입력 2011.11.25 (22:06)

<녹취>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앵커 멘트>



70년대 새마을운동 붐이 일면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다가, 이후 산업화와 더불어 찾아온 극심한 이농 현상으로 황폐해진 우리 농촌.



그랬던 농촌이 지금 다시 달라지고 있습니다.



각박한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새 삶을 일구는 ’귀농’ 바람이 불면서 우리 농촌이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먼저, 이호을 기자입니다.



<리포트>



부산에서 살다, 지난 8월 귀농한 박춘서 씨.



귀농 석 달 만에 처음으로 직접 재배한 딸기를 수확하고 있습니다.



두 자녀가 있지만, 41살 젊은 나이에 농촌행을 택했습니다.



<인터뷰> 박춘서(귀농 3개월 차) : "한 살이라도 젊을 때 40대 초반이 (귀농에) 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생각이 맞았다고 확신합니다."



조용하던 시골 마을이 집을 고치느라 떠들썩합니다.



다음달에 이 마을로 귀농하는 30대 부부가 살 집입니다.



농촌 빈집을 젊은 귀농자들이 하나씩 채우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계속 줄기만 하던 이 군의 인구는 지난해 241명이나 증가하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인터뷰> 이대기(마을 이장) : "촌에는 아이들 보기가 참 귀하거든요. 이렇게 모이면 아이들도 볼 수 있고 웃음소리가 많이 나지 않겠나..."



<녹취> "와! 닭이다~"



먼저, 농촌에 정착한 선배들이 ’신 참’ 귀농인을 초대한 식사 자리.



귀농을 격려하고, 농촌생활 조언도 해줍니다.



귀농인들끼리 연대가 활성화되며 이런 모임은 이제 일상 풍경이 됐습니다.



<인터뷰> 강상희(귀농 2년차) : "도시에서는 정을 많이 못 느꼈는데, 여기 와서는 굉장히 정을 많이 느끼고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50대 위주였던 귀농자들이 최근 30~40대로 확대되면서 활력을 되찾아가는 농촌마을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젊은층까지 농촌행을 선택할 만큼 귀농 바람이 불고 있다는데 그 열기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김 석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국내 한 컨설팅 업체가 최근 흥미로운 분석 결과를 내놨는데요.



도시 사람 1명이 농촌에 가서 30년을 살 경우에, 먼저 도시는 교통과 주택난 해소, 인프라 비용 절감 등으로 1억 원가량 생산성이 높아지고, 농촌도 고용 기회 확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으로 8천만 원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일까요?



지난 2001년 880 가구에 머물던 귀농 인구는, 2008년에 2천 가구를 넘어서더니, 2009년과 지난해엔 4천 가구로 급증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해볼 점, 바로 ’귀농 연령’인데요.



실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40~50대가 3분의 2를 차지하고, 20~30대도 15%에 이를 정도로 이젠 젊은 귀농인까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농사짓는 일이 그리 만만한 건 아닐 텐데,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농촌행을 택하는 이유, 과연 뭘까요?



채승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라 봉’을 재배하는 제주 서귀포의 한 농가에서 강의가 한창입니다.



<녹취> 고성종(감귤 농가) : "이건 과일이 아니라 하나의 상품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그래야 돈을 벌지…"



진지한 눈빛으로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은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입니다.



공직생활을 하던 박창수 씨는 여행차 제주에 왔다, 퇴직을 결심했습니다.



<인터뷰> 박창수(귀농 희망자) : "도시의 풍요로움보다 제주의 생활이 더 풍요롭더라고요. 집사람이나 저나 마음이 하나가 돼서 빨리 내려올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금융사에 다녔던 30대도 농촌 정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경석(귀농 희망자) : "스트레스가 제일 힘들었고, 아침 새벽에 나가서 저녁 늦게 오는 게 힘들었기 때문에 결심하게 됐습니다."



3년 전 귀농한 조동윤 씨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조동윤(귀농자) : "농사지으면서 밖으로 돌아다니니까 답답하지 않아요. 그게 좋은 것 같아요."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삶을 꿈꾼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앵커 멘트>



모두가 귀농에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겠죠.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입니다.



한주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귀농 6년 만에 복분자 생산과 가공으로 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오영은 씨.



하지만, 초기에는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아내가 농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불화를 겪었고, 농사를 모두 망치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사업이 잘 안 돼 준비 없이 결정한 귀농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습니다.



<인터뷰> 오영은(귀농인) : "(초기에) 수입이 없고 그러다 보니까 남의 일을 많이 다니고, 일당받으면서. 가족끼리 생활을 해야 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정말 피눈물이 나고.."



4년 전 농촌에 정착한 최종인 씨는, 사과 농사로 성공을 거뒀지만, 정작 이웃들과 화합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결국, 최근 다른 농촌지역으로 옮겨 재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종인(귀농인) : "귀농인들이 무엇인가 일을 추진하려고 하면 외지인 취급을 해서 전혀 추진을 할 수가 없어요. 따라주질 않아요."



귀농에 대한 막연한 이상과, 실제 현실은 엄연히 다른 만큼,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한주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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