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성 객원 해설위원]
올해 우리 경제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 스스로 경제성장률을 3.7%로 낮추어 잡고 있고, 민간기관의 전망치는 이보다 더 낮습니다. 이런 보수적 전망의 배경에는 세계경제의 동반침체라는 큰 흐름이 있습니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 경제의 특성상, 해외시장 불황의 여파를 그대로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부터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국가에 이르기까지 밝은 전망을 가진 데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현재진행형인 유로존 위기의 경우 어떤 식으로 실마리가 풀릴지, 얼마나 위기가 오래 지속될지 아무도 속단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무리하게 빚을 내 국가운영을 해온 정부들과 무분별한 금융상품을 남발하며 시장 리스크를 높여놓은 은행들의 문제가 얽혀있는 살얼음판에서, 약간의 마찰도 큰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사, 당장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유로존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올 한해 내내 세계경제, 나아가 한국경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암초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런 불확실한 대외여건 때문에 수출전망이 어두울 때 내수경기라도 받쳐주면 좋을 텐데 이 역시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가 갑자기 소비를 늘리기 어렵고,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시기에 기업투자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러다 보니 가뜩이나 시원치 않은 고용시장은 올 한 해 더 나빠지고, 이는 내수를 더욱 악화시킬 것입니다. 여기에 그 동안의 가파른 물가상승을 보전하기 위한 노동계의 임금인상 압박이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올해 물가도 쉽게 안정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김정일 사망 이후의 대북정세에도 불안한 눈길을 보내야 합니다. 게다가 올해는 두 번의 큰 선거가 있습니다. 무책임한 공약이 난무할 것이 뻔하지만, 이미 정치권에 실망한 대다수 국민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중심을 잡아야 할 정부가 정치권 눈치나 보며 우왕좌왕한다면 이 또한 냉소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 국민이 원하는 것은 신뢰있는 리더십입니다. 비록 당장의 경제여건은 어렵지만, 누군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리로 국민의 마음은 쏠릴 것입니다.
2012년의 한국경제는 현 정부이건, 다음 정부를 꿈꾸는 세력이건 스스로의 능력을 가늠해볼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