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민속 씨름 침체…희망은 있다

입력 2012.01.23 (22:14)

<앵커 멘트>



1983년 역사적인 제1회 천하장사 씨름대회를 보기 위해 경기장으로 물 밀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관람객들의 행렬입니다.



80년대 우리 씨름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죠.



전국민의 뜨거운 인기를 누리며 이만기, 강호동 같은 스타를 낳았던 민속씨름. 하지만 지금은 누가 천하장사인지도 잘 알지 못할 정도로 쇠퇴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씨름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박수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천하장사를 차지한 이슬기.



하지만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녹취> "(현재 천하장사가 누구인지 아세요?) 글쎄요..모르겠는데요.."



<녹취> "(누군지 아시나요?) 누구에요?"



30년 전으로 돌아가면 이야기는 크게 달라집니다.



80년대 민속 씨름의 인기는 최고였습니다.



경기가 열리던 장충체육관은 연일 만원사례를 이뤘고, 씨름 중계로 아홉시 뉴스가 연기될 정도였습니다.



<녹취> "9시 뉴스는 이 중계방송이 끝난 다음에 보내드리겠습니다."



<인터뷰> 이만기 : "비행기 타면 기내 방송에 천하장사가 탔다고 안내하고 사람들이 와서 사인받고..."



씨름의 인기는 그러나 90년대부터 급격히 줄어듭니다.



프로야구,축구의 인기에 밀리고 농구와 배구도 프로화되면서 볼거리 경쟁에서 뒤쳐졌습니다.



거구들이 모래판을 지배하며 기술이 퇴보한 것도 팬들의 외면을 받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결국 IMF경제 위기 이후 프로씨름은 붕괴됩니다.



8개였던 프로구단 수는 계속 줄어, 2006년부터는 단 한 팀만이 남게됩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정작 씨름계는 내분에 빠져 변화를 위한 지혜를 모으는데 실패했습니다.



<앵커 멘트>



이렇게 씨름의 인기가 줄어들면서 시청자들의 관심도 멀어졌고 씨름 스타들은 정든 모래판을 떠나 낯선 링과 무대를 헤맸습니다.



박수현 기자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



2004년 천하장사 가운을 벗고 낯선 사각의 링에 오릅니다.



뒤를 이어 모래판의 황태자 이태현 등도 격투기 무대에 뛰어듭니다.



역대 최연소 천하장사로 큰 기대를 모았던 백승일은 가수로 변신을 합니다.



1983년 제1회 천하장사씨름대회 결승전입니다.



시청률이 경이적인 61%를 기록했습니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우리나라 경기의 시청률이 평균 50%였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 씨름의 열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천하장사 씨름대회 시청율은 3.5%에 그쳤습니다.



<앵커 멘트>



이렇게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씨름과 달리, 이웃 일본의 스모는 전통의 맥을 이어가며 국제화에도 성공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전통 씨름의 인기를 어떻게 유지해 나가는지 정현숙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일본 자동차회사의 광고 시리즈입니다.



인기 연예인대신, 스모 선수가 모델로 등장합니다.



이처럼 일본의 대표적 상징이 곧 스모일정도로, 스모는 국제적인 브랜드화에 성공했습니다.



국제스모협회에는 87개국이 가입돼 세계선수권까지 개최되고 있습니다.



게임은 물론, 로봇 스모대회까지 만들며, 저변확대에 힘쓴 결과입니다.



<인터뷰>마이노우미 (전 스모선수/NHK 스모 해설자) : "1400년의 역사도 있고 되도록 그 역사를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다음세대로 계승, 이어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스모는) 스포츠가 아니고, 문화이고 전통입니다."



스페인 남쪽 7개의 섬으로 이뤄진 카나리아 제도의 민속씨름, 루차 카나리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속에 500년이 넘는 전통이 이어져왔습니다.



팀당 5억원이 넘는 연간운영비도 주정부와 기업들의 지원으로 충당합니다.



<인터뷰>다니엘 바라야스(한국외대 교수) : "테레니페에만 26개의 클럽과 훈련소가 있고, 스페인전역에 걸쳐 100개정도의 클럽이 존재합니다."



몽골의 부흐는 전통축제인 나담과 연결해 생활속의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스모를 비롯한 외국 스포츠의 발전 모형을 참고한다면 우리 씨름에도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오랜 숙원인 씨름진흥법이 제정되는 등 씨름 부활을 위한 법적 제도적 토대는 마련됐습니다.



관건은 이런 틀안에서 씨름을 얼마나 ’매력적인 컨텐츠’로 채우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어서 정충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군산에서 열리고 있는 설날씨름대회.



뒤집기 등의 화려한 기술이 펼쳐지자 관중들이 환호합니다.



<인터뷰> 이갑술(씨름 관중) : "애들이 춥다고 안가려고 하더니 막상 오니까 즐겁고 재미있다고 하는군요."



기술 씨름으로 경기가 재미있다면 돌아섰던 팬들의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최태정(협회장) : "재미있고 정말 다이내믹한 씨름을 저희들이 만들어 국민에 보답하겠다."



김치, 태권도, K팝처럼 씨름을 한류 콘텐츠로 키우는 노력도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천하장사 대회는 국제 교류를 통한 씨름의 세계화 등 그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얼마전 제정된 씨름 진흥법은 이러한 노력의 법적 제도적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철우(의원) : "진흥법이 돼야만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씨름인들도 규정에 따라서..."



씨름이 살아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이제는 단체가 4개나 될 만큼 갈등의 골이 깊은 씨름인들이 하나가 돼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정충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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