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조사결과 테마주 주가조작에는 대규모 매수주문으로 상한가를 만들어 시세차익을 얻는 수법이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선 유력후보로 꼽히는 인물과의 근거 없는 풍문을 인터넷에 유포해 부당이득을 챙긴 전업투자자가 적발됐다.
증권선물위원회는 9일 테마주 조사 첫 조치로 이런 행위를 벌인 전업투자자 등 7명을 검찰에 고발ㆍ통보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테마주 과열에 비해 전업투자자 몇 명을 제재하는 수준에 그쳐 테마주 특별조사반 신설 등의 조치에 비해서는 성적은 초라한 편이라는 지적도 있다.
◇ 상한가 굳히기 수법 동원
전업투자자의 상한가 굳히기 수법은 금감원이 조사한 박근혜 테마주 EG 사례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증권사 출신 전업투자자 A씨는 지난 1월3일 오전 11시께 EG 현재가가 상한가인 7만7천원이고 매도주문은 1만5천867주가 전부인 상황에서 매도 잔량의 2.5배에 달하는 4만주(31억원 상당)를 상한가에 사겠다고 주문을 냈다.
매도물량 전부를 사들이고 미체결 2만4천133주는 상한가 매수주문으로 남겨둬 분위기를 매수 우위로 몰고 갔다. 이날 7차례 4만4천500주의 상한가 매수주문을 추가로 냈다.
상황이 매수세로 갑자기 돌아서자 투자자들은 EG 주식 매물을 거두고 상한가 추종매수에 나섰다.
이런 분위기에 주가가 연일 강세를 보일 것으로 착각한 투자자들은 다음날에도 추종매수에 나섰다. 그러자 A씨는 가격이 전날보다 3.9% 상승한 8만원에 주식을 모두 팔아 하루 만에 1억2천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A씨는 이런 식으로 EG, 안철수연구소 등 테마주 30종목에 대해 401차례의 상한가 굳히기 주문을 냈고 54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또 다른 전업투자자인 B씨와 친구 C씨도 문재인 테마주인 바른손, S&T모터스 등 8개 테마주 종목에 대해 상한가 굳히기 수법으로 11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들은 작년 12월15일 10시께 바른손의 현재가가 1천380원이고 추가 상승이 불투명했지만, 상한가인 1천395원에 10만주 매수주문을 제출해 현재가를 상한가로 만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후에도 12차례 68만여주의 상한가 매수주문을 냈고 매수 잔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했다. 그리고 다음날 시가가 12.5% 오른 1천570원에 형성되자 주식 79만여주를 팔아 하루 만에 1억7천900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 "대선 후보와 친분 두텁다" 풍문 유포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특정인과의 친분관계나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근거 없는 풍문을 유포하는 불공정행위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일반 투자자인 D씨는 안철수 테마주인 솔고바이오 주식 8만3천749주를 사들인 뒤 인터넷에 여러 개의 필명으로 이 회사에 대한 루머를 퍼트렸다.
신뢰성 제고를 위해 강씨, 김씨, 유씨, 정씨 등으로 4명의 타인 개인정보를 도용했고 9개의 필명을 만들어 글을 썼다.
그는 솔고바이오의 사외이사가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과 매우 친밀한 관계라는 내용 등의 글을 팍스넷 종목 게시판에 59차례나 올렸다.
사외이사가 안철수 원장과 친분이 두텁고 각종 강의와 행사에도 함께 하는 절친 관계라고 소개했다.
또 대기업의 M&A 가능성을 거론하며 `S사가 솔고바이오를 탐내는 이유' 등의 근거 없는 글을 46차례 올렸다.
D씨는 1주 단위의 고가매수 주문을 수만 차례 지속적으로 제출해 부당이득을 얻기도 했다. 증권사에서 2010~2011년 5차례나 불건전 매수주문으로 경고를 받았는데도 1주 단위의 고가매수 주문 등을 3만7천500차례내 결국 7천만원을 챙겼다.
◇ 대규모 작전세력은 정말 없나
금융당국은 이날 테마주에 대한 첫 조사 결과를 내놓았지만, 전업투자자 등 7명을 검찰에 고발, 통보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 1월 초 합리적 근거 없이 급등락하는 주식에 대한 시장감시와 조사를 강화한다며 금감원에 테마주 특별조사반을 신설하는 등 떠들썩했던 것에 비하며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는 `테마주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테마주가 극성을 부렸는데도 실질적인 작전세력은 포착되지 않았다는 금융당국의 설명에 쉽게 수긍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오늘 발표한 사안보다 더 큰 주가 조작 사례를 파악하고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다음 달 초까지는 조사가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급조치권 처리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를 지난달 말 금융위에 통보했고 금융위는 증선위 심사 없이 증선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이 직접 검찰에 고발ㆍ통보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테마주 폭등세가 잦아드는 등 굳이 긴급조치권을 발동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임시 증선위를 개최해 절차를 밟는 것으로 처리했다.
평소대로라면 오는 28일 증선위에서 이번 사안을 처리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번 임시 증선위 개최는 긴급조치권 발동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하지만 긴급조치권 발동을 기대했던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와) 손발이 안 맞는다"는 말로 불편한 속내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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