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슈터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죠. 아직은 '슛 좋은 선수' 정도로 불러주세요."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가드 박구영(28·185㎝)은 소속팀의 6강 플레이오프 2연승을 이끌고도 "난 아직 멀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박구영은 9일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2차전 KCC와의 원정 경기에서 26점을 터뜨려 팀의 76-68 승리에 앞장섰다.
그가 이날 올린 26점 중 3점슛이 6개. 이중 세 개를 승부처였던 3쿼터에서 쓸어담았다.
올 시즌 49경기에서 평균 6.1점을 올리고 3점슛은 1.35개를 기록했던 것과 비하면 괄목할 활약이다.
박구영은 특히 32-37로 뒤진 채 시작한 3쿼터에서 KCC 하승진과 자밀 왓킨스의 연속 득점으로 점수차가 더 벌어져가던 순간 연속 3점포 두방을 터뜨려 경기 흐름을 돌려놨다.
자신이 시도한 슈팅이 튀어나오자 곧바로 잡아 3점슛으로 림을 갈랐고 뒤이어 함지훈의 불발된 슈팅도 다시 잡아채 재차 3점포를 올렸다.
이 득점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모비스는 함지훈과 송창용의 득점으로 43-42로 뒤집었다.
박구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3점슛 두개와 자유투 득점까지 보태 모비스에 8점차 승리를 매조지했다.
지난 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1차전에서도 3점슛 3개를 포함해 12점을 보태 승리에 일조한 박구영이 2차전에서도 신들린 듯한 슛 감각을 선보이자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2008-2009 시즌 정규리그에서 우승할 때 활약하던 박구영이 되돌아왔다"며 흡족해했다.
유 감독은 "시즌 초반 이지원을 2번(슈팅가드)으로 기용하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슛으로 승부를 걸기 위해 슈팅이 더 좋은 박구영으로 바꿨는데 그게 주효했다"며 "특히 3쿼터 초반 결정적인 공격리바운드 두개를 잡아냈다. 집중력도 좋아지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박구영은 이런 활약을 하고도 "나는 아직 슈터라고 불리기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문태종, 조성민 형처럼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서 쏠 정도가 돼야 진정한 슈터다. 나는 아직 동료의 패스를 받아서 쏘는 수준이라 슈터라고 하기에는 그렇다. 그냥 슛 좋은 선수 정도로 불러달라"며 웃었다.
이날 활약에 대해서도 "감독님이 선발로 믿고 내보내 주신 만큼 거기에 보답하려고 열심히 했을 뿐 특별한 비결은 없었다"고 겸손해했다.
박구영은 정규리그보다 플레이오프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치게 된 데에는 입단 동기 함지훈의 공이 컸다고도 했다.
그는 "정규리그에서 우승하고 군대에 갔다 오니 그 시절 같이 뛰던 선수가 아무도 없어서 팀에 다시 적응하는 데에 애를 먹었다. 제대하고 결혼도 했으니 더 잘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던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던거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하지만 지훈이가 제대하고 돌아와 확실히 심적으로 더 편해진 것 같다. 지훈이와 대화를 많이 하면서 긴장도 풀린다"고 고마워했다.
1,2차전 승리로 상대팀의 경계대상 '1호'가 된 박구영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거기에 맞춰 감독님이 작전을 세워주실테니 거기에 따르면 된다"며 "일요일에 이기고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기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