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삼성에 대하여…

입력 2012.03.21 (07:11)

수정 2012.03.21 (07:17)

[전복수 해설위원]



일본의 소니를 제치고 애플과 경쟁하는 기업. 미국드라마에서도 회사 상표를 자주 볼 수 있는 기업. 그래서 괜히 우쭐해지게 만드는 기업. 삼성전자입니다. 그런 초일류 기업이 당국의 조사를 방해해 과태료를 물게 됐습니다. 정부에 맞선 것도 놀랍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요원들의 출입을 막고 증거 자료를 없앤 수법은 충격적입니다. 범죄조직과 다를 바 없는 행태에 불법행위에서조차 1등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란 날선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습니다.



심각한 것은 삼성전자가 정부조사를 방해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점입니다. 2005년과 2008년에도 조사를 방해해 과태료를 문적이 있습니다. 조사 방해는 불법이 아니라고 본 것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해서 회사이익을 지키는 게 도움이 됐기 때문일까요? 같은 혐의의 불법이 세 차례나 되풀이된 것입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이번 사건 후 보안규정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정부조사기관의 출입을 정문에서부터 막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공권력에 도전하는 오만이 엿보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중에서는 삼성공화국이란 비아냥이 떠돕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우리나라 GDP의 20%를 삼성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또 삼성이 비상시에 쓸려고 쌓아둔 돈만 해도 100조가 넘습니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의 1/3 을 여윳돈으로 갖고 있는 셈입니다. 돈으로만 따지면 삼성이 대한민국보다 뒤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칫 정부와 공권력이 대수롭지 않다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법치국가에서 정당한 법집행에 정면 도전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이해 받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국가경제에 기여했다 하더라도 법 위에 있을 순 없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이건희 삼성회장은 국민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사회에서 믿음과 사랑을 받아야 기업의 경쟁력이 생긴다고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국민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업이 강한 기업입니다. 그러자면 삼성은 크게 변해야 합니다. 상사에 대한 충성도만 높은 조직문화론 글로벌 1등 기업이 되기 어렵습니다. 1등 기업에는 깐깐한 기업윤리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변해야 할 이유 또 있습니다. 1등만 따라하면 됐던 과거와 달리 삼성은 이제 트랜드를 주도해야 할 위치에 있습니다. 트랜드를 만드는데 필요한 창의성. 그것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삼성이 한국의 진정한 국민기업, 세계의 일류기업이 되느냐 여부는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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